[피플@비즈] '직화 자장면'으로 히트 … 면사랑 정세장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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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세장(54.사진) 면사랑 대표는 업계에서 '면(麵) 박사'로 통한다. 사람만 만나면 전국 각지와 세계 각국의 고유한 면 음식에 대한 지식을 늘어놓는다. 자장면.스파게티.우동.쌀국수 등 면 음식의 유래와 종류, 먹는 법 등을 듣노라면 면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고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면사랑은 지난해 350억원어치의 면을 팔았다. 올해는 450억원어치 정도를 팔 계획이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한해 3000억원 정도의 생면 시장에서 풀무원.CJ 등과 당당히 어깨를 겨룬다. 2004년 오뚜기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유통망을 의존하고 있지만, 140여 종의 제품에는 '면사랑'이라는 브랜드가 선명하다. 자기 브랜드를 내세우지 못하고 대기업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 납품하는 중소 면업체와는 다르다. 사누끼 우동, 산둥간짜장, 사천짬뽕, 평양물냉면 등이 이 회사의 대표 상품. 제품 개발과 기획, 생산을 모두 충북 진천 공장에서 자체 힘으로 해결한다. 이 회사는 '면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던 1990년대 후반, 면과 소스를 하나로 묶은 프리미엄급 면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 음식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스파게티를 제품화하는가 하면, 중국집에서 맛보는 '직화 조리 자장면'도 히트시켰다. 오뚜기와 손을 잡은 것도 서울과 경기 지방에서 얻었던 인기 덕택이다.

"슈퍼마켓에서 산 제품도 면 전문점 수준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만듭니다. 좋은 재료와 정성은 기본이고, 끊임없는 연구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정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뒤 삼성전자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샐러리맨 출신이다. 그러다 1991년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고 면 업체를 차렸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시절, 해외출장이 잦아 해외에 나갈 때마다 면 요릿집을 찾아다녔죠. 기후나 특산물에 따라 면과 소스를 만드는 방식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사실에 매료됐습니다."

정 사장은 한국 면시장이 지나치게 라면 위주로 흐르는 것이 불만이다. 처음엔 건면을 만들던 그가 냉동면.냉장면 등 생면 시장을 주목한 것은 일본 여행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일본은 50%가 생면이고, 라면은 40% 정도지요. 앞으로 한국 면 시장도 웰빙 바람을 타고 생면 쪽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주 두 번 진천 공장에 내려가 제품 시식을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세계 면요리 교실을 운영하고 면 박물관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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