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용래 시인 흠모 시집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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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오오냐, 눈물 한 방울 만들지 못하는/오오냐, 빈 잔 하나 던지지 못하는/오오냐, 바위 밑의 산호 깨지 못하는/오오냐, 돌아누운 허깨비 잡지 못하는/오오냐, 변두리 싸락눈 보지 못하는/오오냐, 하행열차의 달 날리지 못하는/오오냐, 오오냐 적당히 살거라 시인들아!』(「오오냐, 오오냐」전문)
시인들마저도 술 마시며 적당히 살아날 수 없는 산업화·조직화시대, 도대체 일상적 사회에 들어오지 못하고 술과 눈물로만 살다간 시인 박용래 (1925∼1980년)를 향한 흠모 시집이 최근 출간됐다.
박 시인을 「성님」이라 부르며 따랐던 시인 홍희표씨의 박씨를 향한 시 48편과 박씨의 생애 및 시 세계에 대한 연구 등을 묶은 『눈물점 박용래』.
한 시인이 한 시인에 대한 흠모의 정을 시집으로 묶은 것은 드문 일이고, 특히 홍씨는 시「오오냐, 오오냐」에서 볼 수 있듯 박 시인 특유의 한의 정서와 운율, 나아가 시어까지 빌려 그의 삶과 시적 세계를 오늘 다시 읽게 해 관심을 끈다.
『이 세상은 점점 살기 어려운 황금 바람 공해 물결입니다. 그것은 진정한 술꾼이었던 눈물의 시인이 없는 까닭이고, 진정한 시꾼이었던 까까중 같던 시인이 없는 까닭입니다.』
홍씨가 보는 오늘의 세계이고 박 시인을 그리는 마음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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