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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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위대한 사람없이는 위대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도자의 위대한 의지력만이 위대한 과업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제 있은 노태우 대통령의 연두회견을 보고난 후 떠올려본 드골의 지도자론이다.
우리의 근대 정치사는 「위대한」 지도자를 목이 마르게 갈구해왔다. 교과서적인 자질을 다 갖춘 완벽한 지도자는 아니더라도 도덕성과 결단력·비전 제시능력을 갖춘 지도자라면 그같은 갈등을 어느정도는 해소해 줄 수 있었다.
요사이 옛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73∼74년의 난파위험에 처했던 석유·식량위기를 극복한 박정희 대통령의 지도력과 경제각료팀의 팀워크를 자랑스러운 「추억의 역사」로 되새기고 있다 한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력은 미래를 향한 비전의 제시로부터 힘을 얻는다. 국민을 상대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여론과 국력을 그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국가최고지도자의 우선적인 과제다.
레이건의 「위대한 미국재연」과 이광요 전 싱가포르 총리의 「경제개발 비전제시」가 성공적인 지도력 발휘의 실례다.
다음으로 요구되는 도덕성의 문제는 간단히 말한다면 「정직성」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지난 74년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임기를 채우지못하고 물러난 닉슨 대통령의 예에서 부정직함이 지도자의 도덕성에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가를 실감있게 체험한 바 있다.
끝으로 우리는 지도자의 결단력이 얼마나 소망스러운 것인가를 부시 미 대통령의 대 이라크전 수행과 옐친의 단호한 반쿠데타투쟁에서 똑똑히 목격했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중심제하에서의 국가 최고지도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이다. 그래서 한햇동안 국정을 이끌어갈 포부를 밝히는 대통령의 연초기자회견은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노태우 대통령의 연두회견이 과연 「위대한」 지도자의 경륜을 얼마나 보여주었느냐는 국민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다만 대권후계구도등에 대한 여전한 「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갖가지 위기증후군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폭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6공화국의 「보통사람론」이 가족이기주의나 개인적인 축재·체면세우기 등과 같은 보통사람의 행위동기를 배제하고 보통사람이 지도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희망을 보다 확대시켜 주길 고대해본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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