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左)과 천정배 의원이 한미 FTA 협상에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사진=조용철·강정현 기자]
우리 정치사에서 단식 농성은 거대 권력에 맞서는 비장한 결의를 보이는 수단이었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언로가 막히고 힘이 미약했던 야당 정치인들이 단식이란 방법을 택했다. 야당 시절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정권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혹은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날의 단식 농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특히 범여권의 대선 예비후보이며,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보건복지부.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이 단식 대열에 가세한 데 대해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같은 당 정장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단식은 상황이 어렵거나 약자가 하는 수단"이라며 " FTA 협상이 진행 중인데 정치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최재성 대변인도 "충정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우선 협상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기류를 의식해서인지 김 전 의장은 단식에 들어가며 "불과 얼마 전까지 집권 여당의 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단식 농성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기자들에게 돌렸다.
20일째 단식 중인 문성현 민노당 대표.
또 김 전 의장과 천 의원을 '정치적 약자'라 여길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도 묻고 싶다.
이가영 정치부문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