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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안보보다 경제에 치중/양국 정상회담 무얼 논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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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총론 합의속 쌀문제등 이견저류/미,비핵선언 지지… 공동대응 확고히
노태우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6일 6번째 정상회담에서 이제까지 안보면에 치우쳐온 양국의 협력관계를 경제분야로까지 확대키로 한 것은 한미간의 협력의 성질이나 내용이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냉전의 종식과 남북한간의 긴장완화로 안보문제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는 점,그리고 한미간의 경제적 문제가 미국에 대해서는 상당히 큰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고 그런만큼 한미간의 협력과 협조의 강조점도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한미간의 경제협력의 강화는 미국의 힘만으로 다루기 벅찬 상대가 돼버린 일본에 대해 견제의 파트너로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더군다나 이날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양국이 「특허비밀보호협정」과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첨단과학기술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 것도 양국간의 협력의 강화를 의미한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한국은 그동안 선진공업국으로서의 진입단계에서 기술력의 부족과 일본의 견제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었다.
미국 역시 「특허비밀 보호협정」 체결을 전제조건으로 과기협정의 연장을 거부,양국간에 현안이 돼 왔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미국의 경제문제해결에 대한 한국측의 협력이다.
이번에 차관급의 「한미경제협의회」를 구성키로 한 것이나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13명의 경제인을 동반,두차례나 양국경제인과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것도 그러한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인의 동반은 한국의 국내시장 개방을 촉구하는 「압력」의 의미도 있지만 개방대상인 서비스분야(금융·증권·보험) 보다는 전자·항공·화학 등 첨단기술분야에 집중해 있고,합작투자등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어 미국측은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보다 강화할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의 경우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가 7억달러 적자로 반전하는등 개방의 속도가 만족스럽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이에 비해 일본에 대한 경제압력에 공동보조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양측기업이 상대측에서 원활히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것은 기술적 불균형이 심한 한미간에는 자칫하면 종속관계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소지가 없지 않다.
한편으로는 마지막 고비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의 한국의 협력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당국자들은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UR의 최대고비는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미 지적한대로 양국간의 경제협력 강화는 성공적 타결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쌀시장의 개방을 미국의 첨단과학기술상의 협력문제와 맞물려 강력히 촉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같은 경제적 측면의 협력강화는 재선을 겨냥한 부시 대통령의 순방목적이기도 해서 미국측은 이점을 중점 강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측은 안보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남북간에 합의돼 오는 2월19일 발효될 예정인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지지표명은 그동안 이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마찰이 있다는 추측을 일소시켰다. 또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합의서」 발효이후 여러가지 변화를 겪을 미국의 한국내 역할문제에도 한국과 적극 협력할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 주목된다.
더군다나 부시 대통령이 미­북한관계는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이 전제돼야 한다며 『북한이 워싱턴을 가려면 반드시 서울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한반도문제의 남북당사자 해결원칙을 지지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핵문제등을 위해 미국과의 직접협상을 주장해 왔고,미국도 「2+4회담」 구상을 제기하는 등 은근히 동조하는 인상을 줘온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이밖에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미군의 전진배치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해 아직까지 양국의 안보협력관계에 변화를 가져올만한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문제나 팀스피리트훈련 등은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한국측이 북한과의 교섭에서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주한미군의 2단계 감축은 올해 상반기중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예정대로 추진되고,팀스피리트 훈련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은 북한이 핵사찰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한미 양국은 이밖에 한중수교나 러시아문제 등에서도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해 명실상부한 동반자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된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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