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올림픽에 마라톤인생 건다-잔나비띠 남녀 선두주자 김완기·이미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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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바르셀로나올림픽의 해인 임신년 새해아침이 밝았다.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진 한국은 4년만에 다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최소 7개에서 최대 12개까지 획득, 10위권 이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92올림픽에서 한국스포츠의 명예를 짊어질 스타플레이어들의 땀의 현장을 통해 그들의 포부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새해 들어 24세가 된 김완기(코오롱) 이미옥(수자원공사)이 자신들의 띠인 원숭이해를 맞아 마라톤 세계 정상권 진입을 선언했다.
김·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남녀마라톤 랭킹1위의 철각들.
나란히 68년생인 원숭이띠로 올해 7월에 열리는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에서 기필코 메달권에 진입, 뻗어가는 마라톤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겠다는 각오다.
따라서 임신년 새해아침을 맞는 이들의 자세는 사뭇 비장하기조차 하다.
김완기는 지금까지 세 차례의 마라톤완주 경험밖에 없어 경력상으로는 풋내기마라토너다.
그러나 첫 번째인 90년3월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1분34초의 한국최고기록을 세웠고 그해 9월 북경아시안게임에서는 5위로 다소 부진했다가 지난11월 마라톤선수권대회에서 다시 2시간11분2초의 한국최고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은 체질적으로 더위에 약한 징크스를 제의하고는 마라토너로서 최적의 정신적·육체적 조건을 가졌다.
1m71㎝·58㎏의 유연한 체구가 그렇고, 지칠 줄 모르는 지구력에 중·장거리로 다져진 스피드 지속력이 탁월, 레이스운영에 요령만 붙으면 세계정상 마라토너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가난으로 다져진 헝그리정신과 고교시절 가출→공장취직→육상계 입문 등 인생의 쓴맛을 일찍 맛본 셈이어서 인내력 또한 대단하다.
『마라톤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들 합니다. 언덕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고…. 저는 그 동안 오르막길만 달렸습니다만 내리막길의 기쁨을 영원히 누리기 위해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마라톤인생의 승부를 걸겠습니다.』
여자마라톤을 외롭게 이끌고 있는 이미옥도 올해는 투지가 남다르다.
동아마라톤 4연패(88∼91년)와 지난해 북경아시안게임 3위 등 마라토너로서의 명예는 지켰지만 한국최고기록(2시간32분40초·87년 김미경작성) 경신의 문턱에서 번번이 분루를 삼켜왔다.
이의 최고기록은 지난88년 서울올림픽 때의 2시간32분51초(15위). 지난5월부터는 발뒤꿈치 통증으로 10월까지 훈련도 못했다.
새해 들어 대전 보문산 언덕길을 달리며 몸을 다듬고 있는 이는 혹독한 겨울 훈련을 통해 한국신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제 손으로 한국여자마라톤기록을 2시간20분대로 끌어올리고 은퇴하겠습니다.』
이미옥은 오는3월의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32분대의 기록으로 우승, 우선 대표로 선발된 뒤 4개월 후인 7월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시간30분 벽을 기필코 허물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잔나비 마라토너들의 새해 청사진에서 한국마라톤의 2시간10분 벽(남자)과 30분 벽(여자)이 일거에 무너질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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