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송금·인출 척척… '모바일 뱅킹'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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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휴대전화를 통해 송금.조회.현금인출.카드결제 등 은행 업무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뱅킹(mobile banking)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과 이동통신사들이 앞다퉈 모바일 뱅킹을 위한 제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뱅킹이 자리잡으면 소비자들은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없는 곳에서도 저렴하고 간편하게 각종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994년 시작된 텔레뱅킹, 99년 도입된 인터넷뱅킹을 뛰어넘는 새로운 모바일 금융혁명이 지금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이 주도=초보적인 모바일 뱅킹(WAP 방식)은 작동이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 소비자들이 외면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이 LG텔레콤과 제휴해 지난 9월 초부터 시작한 뱅크온(BANK-ON) 서비스는 도입 3개월 만에 23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 서비스는 최신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고객의 정보를 담은 '금융 칩(chip)'을 휴대전화 속에 넣어 쓰기 때문에 은행의 전산망과 별도로 접속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없다. 그만큼 시간.절차.비용이 줄게 됐다.

서비스 이용을 위해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는 횟수가 16회에서 4회로 줄었고, 통신요금도 최고 3백40원에서 13원으로 저렴해졌다.

국민은행은 최근 KTF와 제휴를 맺어 내년 3월부터는 KTF 이용자도 뱅크온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진다.

경쟁 은행들도 잇따라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있다. 11월 중순 SK텔레콤과 제휴한 우리은행은 내년 3월부터 '우리 M뱅크'서비스를 시작한다.

제일은행은 지난달 27일 LG텔레콤과 제휴해 내년 상반기부터 뱅크온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신한.조흥은행은 내년 3월부터 새로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지난 5일 SK텔레콤과 제휴했고, 하나은행도 SK텔레콤을 제휴 파트너로 사실상 내정했다.

◇호환성 부족=은행과 통신업계 1위인 국민은행과 SK텔레콤은 금융칩 발급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 등 세부 사항에서 의견이 달라 제휴를 맺지 못했다. 가장 많은 고객을 갖고 있는 두 회사가 제휴할 경우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데도 SK텔레콤의 금융결제시장 진출 시도와 이에 대한 국민은행의 견제로 두 회사가 손을 잡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은행과 통신사, 통신사와 통신사, 은행과 은행 간의 이해 다툼으로 서비스 제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호환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통 3사는 모바일 뱅킹에 필수적인 적외신 통신 규약(프로토콜)을 각자 개발해 별도 표준을 적용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 회사와 주거래은행이 제휴를 맺지 않을 경우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기 위해선 휴대전화나 주거래은행 중 하나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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