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있아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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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렇듯 공고문이나 안내장에서 '있아오니'라는 단어가 종종 나오는데 이는 표기법상 옳지 않다. '있사오니(있으오니, 있으니)'라고 써야 한다. 우리말에서 '-사오-, -으오-, -으니'라는 어미는 있지만 '-아오-'라는 어미는 없기 때문이다.

'있사오니'를 분석하면 '있(다)+사오+니'의 형태다. 여기서 '-사오-'는 예스러운 표현으로, 자신의 진술을 겸양해 나타내는 어미다. '읽으오니, 잡으오리다'같이 서술이나 의문에 공손함을 더해 주는 어미'-으오-'보다 더 겸양의 뜻을 나타낸다. '-니'는 앞말이 뒷말의 원인이나 근거, 전제 따위가 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다.

"당신을 믿사오니 힘내세요"에서 '믿사오니'를 '믿아오니'라고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있사오니'에서는 어간 '있'의 받침이 'ㅆ'이어서 뒤에 다시 'ㅅ'이 오면 중복되는 느낌이 있어 '있아오니'로 잘못 쓰고 있는 것 같다.

'-사오-'처럼 겸양을 나타내는 어미로는 '-삽-(밥을 먹삽고/ 그 사람을 믿었삽더니)' '-자오-(듣자오니/ 받자와/ 묻자와)' '-잡-(스승의 뜻을 좇잡나이다/ 폐하의 명을 받잡고)' '-옵-(가시옵소서/진지 드시옵소서/저를 불러 주시옵소서)' 등이 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병선이 남아 있사오니 나아가 죽기를 각오로 싸운다면 능히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새 각오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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