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돈으로 해외 부동산 사랬더니 현지 대출로 주택 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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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 때문에 서울 대치동으로 이사하려던 임모씨. 최근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필요한 만큼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해외 부동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치동 학원가 대신 미국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 현지의 11억원짜리 주택을 샀다. 미국 내 금융 거래 등 신용정보가 전혀 없었지만 사들인 부동산 가격의 60%인 7억원가량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 들어간 돈은 4억여원뿐. 나머지는 30년 장기 상환하기로 했다.

◆ 담보대출로 해외 부동산 구입 붐='뭉칫돈' 싸들고 나가 투자하는 대신 최소한의 자산만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기존엔 현지 신용 기록이 없어 주택담보대출을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국내 신용으로 현지 부동산 담보대출을 알선해 주는 기관이 속속 등장하면서 가능해졌다.

HSBC의 경우 1억원만 예치하면 복잡한 현지 대출 서류 필요 없이 미국 등 전 세계 17개국에서 부채담보비율(LTV) 60%로 현지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거래 내역 등을 증빙하면 80%까지도 가능하다. 올 초 서비스 시작 이후 벌써 세 건이 성사됐고 매일 평균 두 건씩 문의가 온다.

HSBC는 5월부터는 대상 국가를 36개국으로 늘릴 예정이다. 루티즈코리아도 올 초부터 미국 현지 모기지업체 NBGI와 제휴해 대출서비스를 시작했다. 벌써 10건 가까이 대출이 이뤄졌다.

◆ 환율 안정 전략에 구멍=정부는 해외 부동산 규제 완화로 국내 외화를 유출시켜 환율을 안정시킬 심산이었다.

그러나 국내 규제로 꽉 막힌 주택담보대출을 해외에서 받음으로써 정부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모기지를 이용하는 투자자의 경우 큰돈의 장기 대출을 받아 대출 상환금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재정경제부 외환제도혁신팀 황건일 과장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 전체 투자 규모가 하루 외환 거래 대금의 10%에도 못 미친다"며 "해외 부동산 규제 완화에 환율 안정 목적도 일부 있지만 그보다는 해외 투자 채널 다양화가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해외 부동산 알선업체는 특별한 감독 규정이 없어 누구나 일반 사업체로 운영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 기미가 보이는 와중에 해외 부동산을 국내 신용으로 무턱대고 사들이다간 뒤탈이 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안혜리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22일자 2면 '현지 대출로 주택 구입' 기사 중 'HSBC 개인금융부 이영걸 부장은 "(해외 부동산 알선업체가)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실태 파악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에 대해 HSBC 측은 "우리는 금융기관으로서 해외 부동산 알선업체에 대해 파악하거나 답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며 "감독 당국의 관련 업무에 대해서는 얘기한 바 없다"고 알려 왔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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