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고 해서 왔는데 작업장 인근 매일 총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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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좀 말고 빨리 받아 적어!"

충북 옥천읍 전원자(41)씨는 지난 4일 오후 2시30분쯤 이라크에 오무전기 근로자로 일하러 간 남편 최하영(43)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이 회사 근로자 피격 소식 이후 불안에 떨어온 全씨는 남편 목소리에 울음부터 터져나왔으나 안부도 묻지 못하고 10분 동안 남편이 부르는 대로 글을 받아 적어야 했다.

崔씨가 전한 내용은 "(전략) 작업장 바로 옆에선 날마다 미사일 격투 및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략) 하루 빨리 귀국하고 싶다. 우리의 신변 안전을 위해 속히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3백자 분량의 글이었다.

全씨는 "남편이 '오무전기 근로자들 전원의 뜻을 모은 것이니 언론에 알려 달라'고 말했다"며 "국제전화를 하려면 목숨을 걸고 캠프 밖으로 가야 하는데 이렇게 위험한 곳을 안전하다고 속여 출국시킨 회사를 근로자들이 괘씸하게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全씨는 "떠나기 전에 찜찜해 하던 남편을 붙잡지 않은 게 너무 후회스럽다"고 했다.

㈜오무전기 측은 5일 "본인 희망과는 관계없이 근로자 60여명을 전원 귀국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지의 서해찬 사장과 협의해 이같이 결정했고, 현재 徐사장이 정부 및 원청업자인 워싱턴그룹(WGI) 관계자들과 송환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오무전기 측은 근로자들이 머물고 있는 바그다드.베이지에서 요르단 수도 암만까지 이동하는 길이 위험해 철수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가능한한 빨리 귀국시킨다는 방침이다. 현재 송전시설 복구공사는 WGI 측의 조치로 완전 중단된 상태다.

옥천=안남영 기자, 김필규 기자

***시신 내주초 국내 운구

지난달 30일 이라크에서 피격돼 숨진 고 김만수씨와 곽경해씨의 유해가 5일(현지시간) 쿠웨이트 미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외교통상부가 이날 밝혔다. 유해는 방부처리 등 환적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8일께 국내로 운구될 예정이다. 한편 부상자 이상원, 임재석씨는 5일 독일 람스타인 소재 란트스툴 미군병원으로 후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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