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경솔한 '영웅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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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이 흘릴 눈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강철민 이병)

"엄연한 범법행위인데 이를 영웅시할 수 있나?"(시청자 게시판 글)

지난 4일 저녁 방송된 MBC 교양 프로그램 '휴먼 다큐 희로애락' 중 '이등병의 편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첫 휴가를 나왔다가 지난달 21일 이라크 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발표한 강철민(22)이병의 행적을 일주일간 취재한 것으로 소재 자체가 적절치 않은 것이었다.

파병 자체를 두고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데다 현역 군인이 국군통수권자의 결정에 이견을 공표한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또 강 이병의 회견 전 행적을 다룬 영상까지 입수, 방영함으로써 실정법 위반자인 그를 영웅시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강 이병 개인과 그 주변의 정서를 보도한 것은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는 이 프로그램의 성격에 비춰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갖는 사회적 파장과 위법 논란이 소홀히 다뤄져 균형을 잃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담당 이선태 PD는 "다소 극단적인 행동을 한 젊은이를 주관적인 개입 없이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그렸다"고 강조했으나 이런 사안을 채택한 것 자체만으로도 결국은 한쪽편을 들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이슈가 되는 인물이면 이런 식으로 동정 위주의 관점으로 보여줘도 되는가."(GINOSKY)

"파병 반대론에 일조하고 싶다는 알량한 의도만 엿보인다."(FREEBUD1)

공영방송 MBC는 방송 직후 쏟아진 홈페이지 게시판의 이 같은 지적에 우선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최민우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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