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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방」 새 주춧돌 기대/9일 개막 EC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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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회권한 강화 화폐통합 일정등 확정/영국의 연방화 반대싸고 격론예상
오는 9,10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리는 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57년 유럽공동시장(EEC) 창설 당시 제정된 로마조약(EC 헌장)을 개정하는 새 조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EC가 단순히 자원의 공동이용과 공동시장 창출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경제공동체에서 「유럽연방」이라는 정치·경제공동체로 탈바꿈 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크다.
회담을 앞두고 남아있는 쟁점들을 정리하면 대체로 다섯가지 정도다.
우선 유럽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문제다.
EC는 브뤼셀에 본부를 둔 EC위원회가 각종 법령제안권을 갖고 회원국 장관들로 구성된 각료 이사회가 그 법령을 통과시키는 입법기능을,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가 EC정책의 가드라인을 제시하는 기능을 맡아왔었다.
EC정치통합의 핵심항목중 하나인 유럽의회 권한강화는 각료이사회와 유럽의회의 권한을 대등한 수준으로 향상시키자는 것인데 이는 장기적으로 유럽의회를 「유럽연방」의 기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 대해 영국 등 EC의 연방화에 반대하는 나라들의 반대가 크지만 유럽의회의 권한을 환경·소비자보호·기술연구개발·시장단일화 등의 문제에 국한시키는 조건으로 일부 국가들의 반대는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는 각료이사회의 의결방식을 기존의 만장일치제에서 다수결에 의한 의결방식으로 변경하는 문제다.
이문제 역시 쟁점은 EC를 장래에 연방정부로서 발전시킬 것인지 여부와 관련된 문제로 외교·안보문제 등의 부문에서 회원국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EC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며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는데는 다수결에 의한 의결방식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이 방안을 지지하는 국가들의 주장이다.
이 문제는 영국 등 EC의 연방화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반대가 매우 거세게 일고 있는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안은 모든 회원국들이 동의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특정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세번째 쟁점은 프랑스와 독일이 제안하고 있는 서유럽동맹(WEU)의 EC군사기구화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영국 등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아직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유럽의 안전보장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EC의 관할영역을 비자발급과 망명 등 이민문제,마약과 테러범죄 등에 대한 사법권·경찰권 등 역내 보안문제로 확대할지 여부다.
최근 동유럽지역 등에서 급격히 늘고있는 이민문제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독일 등 국가들은 EC가 이 문제를 관할,효율적인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우선 EC가 관광비자만을 발급하는데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기타문제는 차후에 논의한다는 식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 노동자권리·보건·교육·소비자보호·문화·관광·에너지분야 등 사회분야에 대한 정책을 EC가 다루어야할 것인지 여부의 문제가 남아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영국 등의 반대가 큰데 특히 영국은 노동자 권리문제에 관한한 조금도 양보하지 않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화폐통합의 일정에 대한 견해차가 남아있다.
EC정상들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90년 전회원국 환율변동 제한체제인 유럽통화제도(EMS) 가입,93년 시장단일화,94년 유럽통화기구(EMI) 설립,96년 이후 유럽중앙은행(ECB) 설립 및 화폐통합 등 경제화폐통합 일정의 골격을 확인한바 있다.
이런 합의를 바탕으로 네덜란드가 마련한 초안의 내용에 대해 회원국간 큰 이견은 없지만 영국은 경제 화폐통합은 시장상황의 순리에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국가의 고유한 주권인 화폐발행권,금융·재정정책 운영권 등을 EC에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경제화폐 통합의 마지막 단계인 화폐통합에는 영국이 준비가 되지않았을 경우,예외적으로 가입을 늦출 수 있다는 유예규정을 두어 타결될 전망이다.
새 EC조약과 관련한 이견은 주로 EC의 연방화에 반대하는 영국 등 소수 회원국들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연방화 찬성 다수회원국 사이의 견해차가 주요쟁점이 되고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다소 추상적인 형태가 될지라도 과거의 EC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유럽연방국」을 향한 초석이 마련될 전망이다.
영국을 중심으로한 연방화 반대의 목소리보다는 거대한 유럽국가를 형성,유럽의 영광을 재현하기를 원하는 연방화의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같은 희망은 유럽대륙에서 세력구도의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지금 절호의 기회를 맞고있기 때문이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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