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 허재 인내의 새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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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코트의 열혈아」로 불리던 재간둥이 스타 허재(27·기아자동차)가 인간적으로 숙성해졌다.
29일 경기도중 허재는 교체멤버로 들어온 현대전자의 김광(25)에게 느닷없이 주먹으로 안면을 강타 당하고도 맞대응을 자제, 조용히 코트 밖으로 걸어나가는 인내력과 신중함을 보였다.
다혈질인 허재로서는 후배로부터의 이유 없는 기습폭력에 당황해하면서 끓어오르는 분노심을 억제, 「맞았다」는 표시로 심판에게 조용히 손을 든 후 벤치 쪽으로 걸어나갔다.
예전 같았으면 허재도 맞 받아치고 곧 벤치에서 양 팀 선수들이 코트로 몰려나와 편싸움을 벌일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관중들은 이날 조용히 퇴장하는 허재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코트 밖으로 나온 허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듯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으나 『내가 맞붙어 때리면 지난번처럼 나까지 똑같이 징계를 줄게 아니냐』며 참아내느라고 애쓰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폭력사태는 심판의 요령있는 판정과 현대 벤치의 성의만 있었으면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농구인 들의 견해.
심판진은 후반 들어 점수 차가 벌어지자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듯 현대의 결정적 파울 몇 개를 넘겨버렸고 폭력사태 직전에도 허재는 드라이브인하다 김광의 고의성 파울로 배를 받혔으나 심판진은 사이드아웃으로 처리해버렸다. 허재는 이날 입술이 터지고 이가 흔들리는 등 전치4주의 부상을 당했다.
한편 농구협회는 이날 즉각 가해자인 김광에게 15개월 동안의 출장정지처분을 내렸으며 송파경찰서는 김 선수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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