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귀족 폐지' 블레어 개혁안, 英 상원 거부로 좌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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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백년 전통의 영국의 세습 귀족제를 철폐하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개혁 시도가 상원의 반대로 좌초할 위기를 맞았다.

영국 상원은 지난 3일 블레어 정부의 상원개혁안 철회를 요구하는 보수당의 동의안을 찬성 1백88 대 반대 1백8로 가결시켜 귀족 특권을 영구 철폐하려는 블레어 총리의 개혁에 반기를 들었다.

이날 통과된 보수당의 동의안은 대법원장.법무장관.상원의장을 겸직하는 '로드 챈슬러'란 관직을 폐지하고 미국식 대법원을 신설하려는 블레어 총리의 계획에도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블레어 정부의 사법개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블레어 총리는 1999년 작위를 가진 세습귀족들이 상원의원직을 겸임하는 특권을 박탈, 7백60명이었던 세습귀족 상원의원을 92명으로 축소했으며 이번 회기에는 이들을 모두 축출하고 상원의원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개편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날 상원은 집권 노동당 측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원 및 사법개혁안 철회를 촉구하는 보수당의 동의안을 가결함으로써 급진적 개혁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하원 개회연설을 통해 직접 밝힌 집권당의 입법 계획에 대해 야당이 철회 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1945년 이래 처음이며 게다가 수정안이 표결로 통과한 것은 1914년 이래 처음이어서 이날 표결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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