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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불씨 안은채 「잠정평화」 합의/닷새만의 「정상화」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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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여론 나빠지자 후퇴… 야도 “실익찾자”/강공가능성 상존 살얼음정국 계속될듯
민자당의 쟁점법안 및 동의안 날치기 통과로 파국으로 치닫던 156회 정기국회가 29일 새벽 여야총무간에 극적인 타결점을 끌어내면서 5일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국회법을 무시한 날치기통과는 원인무효』라며 쟁점법안의 상임위 재심의를 요구하던 민주당과 『상임위 재심의는 있을 수 없으며 할 말이 있으면 본회의에서 논의하자』며 날치기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려던 민자당이 갑작스레 절충점을 모색하게된 것은 궁극적으로 국회정상화에 대한 여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자당측은 예기치 못한 강도 높은 질책성 여론에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민주당으로서도 국회공전이 장기화할 경우 정치권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게 된다는 양비론에 대한 「공포」가 이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 것이다.
야당측으로서는 날치기통과를 한 여당에 타격과 흠집을 입힐 만큼 입혀 「소기의 성과」를 얻은이상 명분은 이미 취했고 재빨리 실익을 얻으면서 국회를 정상화해 통합야당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셈이다.
합의문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김종호 민자총무가 『국회의 파행운영으로 국민을 놀라게 해 죄송하다』는 대국민 사과를 받아 날치기처리의 해당상임위인 내무·재무·경과·문공·농림수산 위원장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은 야당으로서 큰 수확이다.
통합야당이 거여로부터 백기에 가까운 사과를 받아내고 야당측이주장해온 기금관리법안 통과를 보장받은데다 민주당이 재무위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등 7개 예산부수법안의 상임위 심사까지 덤으로 얻어낸 셈이다.
민주당은 그 대가로 예산안을 법정시한인 12월2일 처리해주고 여야합의로 통과된 법안도 처리해준다는 기존원칙을 재확인하는 최소한의 반대급부만 준 것이다.
여기에 내막적으로 예산안의 항목조정에 최대한 노력키로 하고 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도 최대한 여야합의로 통과시키기로 함으로써 잃은 것은 별로 없이 많은 것을 얻어낸 모습이다.
그러나 추곡수매동의안과 바르게살기조직육성법안·제주개발특별법안·청소년기본법안·종합유선방송법안 등 쟁점법안만 12월3일부터 다시 논의키로 했을뿐 날치기통과에 묻어간 28개 안건에 대한 처리문제는 합의문에 포함돼 있지 않다.
김정길 민주총무는 이에 대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혀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안건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경우 날치기통과를 묵인해주는 셈이 돼 12월3일이후 쟁점법안을 상임위에서 재심사하자는 민주당측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될 소지도 있다.
따라서 이날 협상은 잠정평화를 약속한 것일뿐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 재격돌할 불씨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자당은 여론과 후계구도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자존심만 상한채 후퇴한 꼴이 되어 강경책 추진에 대한 책임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이며 어느 시점엔가 다시 강공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여 정국은 당분간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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