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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WWWW시대… 교회·사원 안 가고 인터넷서 기도·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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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표적인 힌두교 웹사이트 www.saranam.com

인도 남부 티루치라팔리의 한 힌두교 사원. '발라지'라고 불리는 성직자가 신전 앞에 코코넛과 바나나를 바친 뒤 신의 이름인 '비슈뉴'를 108번 외치며 절을 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힌두교 사원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런데 막상 사원 안을 들여다 보니 신도가 단 한 명도 없다. 그리고 발라지는 신전 앞에 세워둔 디지털 카메라를 의식하며 기도를 드렸다. 이곳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외국에 살고 있는 힌두교 신도에게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는 사원이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선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돈을 내야 한다. 사실상 헌금인 셈이다.

사원의 한 성직자는 "사원에 오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인터넷 신용 결제를 통해 헌금을 하는 것도 사원에서 직접 내는 것과 똑같이 신을 섬기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온라인을 통한 신앙활동(WWWW:Worldwide Web of Worship)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1999년 1400만 개에 불과했던 종교 관련 사이트가 2004년에는 2억 개로 급증했다. 종교는 검색 결과에서도 부동의 1위인 'Sex(성)'를 위협할 정도다. WP가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Sex'를 검색했는데 4억800여만 건이 나왔다. 그런데 'God(신)'을 검색창에 넣으면 3억9600여만 건이 떴다.

한 기독교 사이트는 예배뿐 아니라 집에서 성찬.세례 동영상을 보고 따라할 수 있는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신문은 힌두교 웹사이트의 선교 활동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에 살고 있는 힌두교 신자들이 집 근처 사원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에 실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인도 현지 사원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는 게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8년 전 인도에서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쿠무디니 쿠마라라자(36.여)는 "전통적인 힌두교 사원과 분위기가 확실히 다른 런던의 일반 장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보다 인도 현지에서 올라오는 생생한 동영상을 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덴마크의 인터넷 전문가인 모르텐 호이스고르는 "사람들이 더 개인주의 성향으로 흐르면서 자신만의 공간에서 종교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이가 늘고 있다"며 "종교 단체가 인터넷을 통해 이를 잘 공략한다면 더 많은 신도를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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