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에 호남 뭉칠 거라 생각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15일 전북 전주 월드컵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통합신당추진모임 소속 이근식·최규식·양형일·박상돈·김낙순 의원((右)부터)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통합신당모임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전주=연합뉴스]

"통합신당은 지난해부터 나온 얘긴데 도대체 무엇들을 하시는지 답답하다."(전주대 임성진 교수)

통합신당추진모임(김한길 의원 등 열린우리당 탈당 24명 의원 모임)이 15일 전북 전주에서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가 오히려 학계.시민단체 대표들에게 혼쭐이 났다. 신당모임이 토론회를 연 이유는 통합신당의 명분을 알리고 지역에서 지지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막상 토론회가 시작되자 각계의 '쓴소리'가 쏟아지며 통합신당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발제를 맡은 신당모임의 이강래 통합추진위원장은 "중도개혁세력이 대통합신당을 이뤄 정치 지형을 바꾸고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는 길만이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의 참패를 막는 방법"이라며 "통합신당의 대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북대 신기현 교수는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한 이들의 행동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100년 정당 슬로건을 내걸었으면서 이제 와 못하겠다고 한다면 무책임한 발언이며 책임 정치의 실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선거에서 패배해도 와신상담하며 차기 선거를 겨냥하면 되는데 그런 인내심을 보이기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전주대 임성진 교수도 "국민이 왜 열린우리당을 버렸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폼(form)만 바꾼다고 국민이 신당을 지지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전주방송의 성지호 정치팀장은 "3년도 안 돼 당을 깨면서 그동안 지지해 준 이들에게 반성하고 사과했느냐"며 "통합 대상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당이 어떻게 헤쳐 모일지 몰라 지방의 의원들은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주의' 성향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임 교수는 "호남이 마지막에 가면 뭉칠 것이라는 생각은 안이한 생각"이라며 "호남은 급속히 이명박 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과거 이회창 후보 때와는 달리 상당히 조직화 돼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이정현 정책실장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권위적인 정권으로 돌아간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호남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날 선 비판을 들은 이강래 의원은 "오는 동안 (혼날) 각오는 했지만 상당히 날카롭게 비판하셔서 저희의 부족한 부분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