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전화 + 휴대폰 + 인터넷 통신 패키지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아내와 두 자녀를 두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45) 가족의 한 달 통신비는 20만원. 김씨 본인과 아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휴대전화 요금이 15만원,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각각 2만5000원이다. 하지만 김씨 가족이 7월부터 나오는 패키지 통신 상품에 가입하면 기존 요금의 10%인 2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KT 등이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한데 묶어 팔면서 값을 내리기 때문이다. 또 이르면 5월부터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주는 보조금도 단말기에 따라 달라지고, 내년에는 집 전화번호를 유지하면서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전화를 쓸 수 있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15일 서울 세종로 정통부 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통신규제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통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요금 규제를 받던 KT와 SK텔레콤이 여러 서비스를 묶어 요금을 10%이내로 깎아주면 바로 허용해주기로 했다.

노 장관은 "통신 서비스의 '칸막이 규제'를 풀어 통신 사업자의 자율성을 높이기로 했다"며 "통신 사업자들의 경쟁이 촉진되면 지금보다 통신 요금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는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은 물론 자회사인 KTF의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 휴대전화와 휴대 인터넷인 와이브로 등을 묶은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규제를 받지 않는 하나로텔레콤은 이미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인 하나TV 등 3가지 서비스를 묶은 '하나세트'를 기존 요금보다 20% 할인한 가격(기본료 및 이용요금)에 팔고 있다. 그동안 규제에 묶였던 KT가 본격적으로 패키지 판매를 시작할 경우, 다른 사업자들도 요금을 낮춘 복합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통부는 아울러 이달 말까지 휴대전화 단말기의 보조금 지급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새로운 약관을 신고하고 시행될 때까지 한 달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5월부터 단말기 기종에 따라 보조금이 달리 지급된다. 이렇게 되면 돈을 받지 않고 단말기를 주는 '공짜폰'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인기가 없는 구형 재고 모델을 보조금을 올려서라도 빨리 처분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번호 이동이 허용되면서 인터넷 전화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인터넷 전화는 시외.국제전화 요금이 유선전화보다 80% 이상 저렴했지만 '070' 식별번호를 써야해 가입자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만 명에 그쳤다.

정통부는 또 기존 유선, 무선전화 서비스의 경계를 풀어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허가를 받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정기국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김원배 기자

◆시장지배적 사업자=특정 사업 분야의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내전화(92.7%)와 초고속인터넷(53.8%) 분야에선 KT, 이동통신(56.6%) 분야에는 SK텔레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정통부의 요금 규제를 받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