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개방/미­EC 합의여부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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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UR협상 연내 타결 가능성은 반반/개방대비 타분야와 연계전략 필요
UR협상 정부실무대표단장으로 현지 교섭활동을 벌이고 귀국한 김인호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장은 UR의 연내 타결 가능성에 대해 『현지에서도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며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9일 미·EC의 정상회담후 높아진 낙관무드는 20∼22일 미·EC 농업차관회담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현재 낙관론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5년간 끌어온 UR를 올해도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 마지막이라는 위기감에서 미·EC가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리라는 기대감이다.
비관론의 골자는 미·EC의 쟁점,특히 농산물분야에서의 이견이 너무 커 연내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UR에 1백8개국가가 참여한다하나 그 축은 미·EC고 주요부문에서 이들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한 UR타결은 불가능한게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직설적으로 표현해 이들의 협상결과에 목을 매달고 있는 격이다.
UR 전체로 볼때 농산물협상은 중요한 부분이긴 하나 7개부문중 하나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쌀문제는 농산물협상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의지」가 어떻든 UR는 미·EC의 합의가 선결과제며 농산물협상으로 좁혀볼때도 미·EC의 보조금 감축이 가장 중요한 이슈다.
이같은 「현실」속에서 우리의 최대관심사는 미·EC가 과연 합의를 이끌어낼지,또 합의한다면 어느 수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과 들로르 EC 집행위원장의 회담이후 팽배했던 낙관무드는 협상이 실무차원으로 넘겨진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2일 둔켈 GATT총장이 낸 협상 토의서에 대해 참가 8개국중 일본과 캐나다는 강력한 반대의사를,핀란드는 다소 소극적이나 반대의사를 밝혔고 미국과 EC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농산물협상에서 각 이해집단의 대표로 구성된 8개국회의에서 전혀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26일의 36개 국회의도 난상토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로서 UR협상,그중 농산물협상의 타결여부는 전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EC는 농산물 분야에서 보조금의 감축수준,기준연도,이행기간 등에 대해 사실상 아무런 합의를 보지 못했다.
미·EC가 보조금 감축수준을 향후 5년간 30%,또는 6년간 35%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는 주로 EC의 아전인수격 해석일뿐 미국입장은 전혀 다르다.
EC는 5∼6년에 30∼35%만 줄이면 끝이라고 해석하나 미국은 일단 그만큼 줄인후 그후 추가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칼라 힐스 USTR(미 무역대표부)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한입에 먹느냐,두입에 나눠먹느냐」의 차이일뿐 이란게 미국 입장이다.
또 기준연도에서도 EC는 86년을 계속 주장하는데 비해 미국은 86∼88년의 평균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UR협상은 결국 고도의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앞으로 수주내에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 UR의 동의어쯤으로 쓰이는 농산물협상,또는 쌀시장개방문제는 결국은 미·EC가 합의하는 시점에서 대세론에 묻혀 존재조차 없어질 것이다.
한국은 농산물협상에서 ▲쌀+α에 대한 관세화 예외 ▲현행 GATT규정에서 인정되는 생산통제시 수입제한,한국이 포함되는 개도국 우대인정 ▲수입물량 급증시 긴급수입제한 인정 등 여러겹의 자물쇠를 모두 채워야겠다는 기본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같은 우리측 요구,특히 관세화 예외 및 개도국 우대는 UR농산물협상이 타결될 경우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정부로서는 전체적 손익을 따져볼때 UR협상의 타결은 분명한 득이 된다는 판단이며,따라서 UR가 결렬되거나 원론적 수준에서의 선언에 그치는 것은 원치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농산물협상에서의 중대한 양보를 할 계제도 못된다.
불과 10일동안 2백22만명의 서명을 받은 쌀시장개방 반대서명운동에서 보여준 「국민적 정서」는 정권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UR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는 농산물협상에서 우리측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UR전체가 타결되는 것이지만 그외의 결과는 모두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협상에서 우리측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GATT체제의 탈퇴라는 극단적 상황도 배제할 수 없으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체제에서 이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선택이며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미·EC의 협상추이를 보아가며 막바지에 가서는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고 쌀을 양보하는 이른바 연계협상(Trade off)전략의 필요성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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