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일본 급선회…마린스와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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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라면 누구나 좋은 연봉, 좋은 환경, 그리고 편안한 마음에서 운동을 하고 싶을 것이다."

이승엽(27)의 귀착지가 일본 프로야구로 급선회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삼성 잔류도 뒷전으로 밀린 분위기이다.

3박 4일간의 일본 방문일정을 마치고 3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행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지난 달 30일 출국 당시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진출이 실패할 경우 삼성 잔류가 70%, 일본 진출은 30%"라며 일본행에 부정적이었던 이승엽은 전날 일본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진출 가능성은 50 대 50"이라고 말한 데 이어 귀국 인터뷰에서도 일본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구단으로부터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제시받은 것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내가 생각했던 조건에 근접해 있다"고 덧붙여 협상에 들어가면 사인할 용의가 있음을 드러냈다. 현재 이승엽 영입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지바 롯데 마린스는 2년 간 총액 66억 원(6억 엔), 4번 타자 보장 등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린스는 빠르면 6일 이승엽의 일본 측 대리인인 김기주 씨와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승엽의 마음이 갑작스럽게 일본 쪽으로 기울어진 배경은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일본에서 받은 환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일본 방문은 단순히 니혼TV의 신년 특집 프로그램 출연 때문이었지만 일본 프로야구와 언론에서는 한국의 '국민타자'에게 자국의 슈퍼스타 못지않은 최고 대접을 해줬다. 특히 지바 롯데 마린스는 한국 롯데 그룹의 부회장인 신동빈 구단주 대행을 비롯 보비 밸런타인 감독, 팬들까지 '이승엽 모시기'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승엽을 꼭 잡으라"고 지시한 신동빈 구단주 대행은 "우리는 이승엽과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직접 밝힐 만큼 전면에 나서 이승엽 영입을 진두지휘했다.

정황적으로도 이승엽의 일본행이 굳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승엽은 이날 에이전트 존 김이 미국에서 들어온 데 대해 "존 김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그를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결정을 언제 내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다"면서도 "메이저리그로부터는 이미 조건을 제시받았다. 일본과 삼성의 정확한 조건을 들어본 뒤 결정하겠다"고 답해 메이저리그 구단 쪽에서 놀랄 만한 수정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일본 쪽으로 기울어진 이승엽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간스포츠=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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