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분양 신청에 수천 명 몰리는 현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인천 송도에 지어지는 한 오피스텔에 수천 명의 분양 신청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접수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이어서 당첨만 되면 곧바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으니 너도나도 청약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분양가를 낮추면 주변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첨자만 횡재한다는 역설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다. 과거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던 당시 청약 접수 창구의 혼란이 그대로 재연된 셈이다. 접수창구의 무질서는 인터넷 청약 등의 방법으로 막을 수 있지만 인위적인 분양가 억제가 몰고올 주택시장의 왜곡과 파행은 피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 공개 등 반시장적 주택법을 국회에 내놓고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당국자 스스로가 이런 반시장적 정책의 폐해를 잘 알면서도 말장난에 가까운 궤변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의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은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장이 안정되면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등) 반시장적이라고 생각되는 정책을 원상 복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시행은커녕 입법조차 안 된 주택법 개정안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정부는 반시장적인 내용 때문에 곧 폐기할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조 국장은 그러면서 "친시장적인 분양가 자율화를 실시하면 주택가격 상승 때 주택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고 엉뚱한 논리를 폈다. 그러나 정작 주택 공급을 막은 것은, 그가 스스로 실토했듯이, 친시장적인 분양가 자율화 정책이 아니라 주택시장을 마비시킨 정부의 반시장적 냉탕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친시장적 정책을 쓰면 될 일이지 어차피 폐기할 반시장적 주택법을 밀어붙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정부가 이처럼 혼란스럽고 뒤틀린 인식을 갖고 있으니 부동산 정책이 중심을 잃고 주택시장이 왜곡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