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펄펄나는 푸둥, 설설기는 인천·부산·광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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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동북아 허브(중심지)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인천.부산.광양 등 세 개 경제자유구역은 지난해 겨우 2억4000만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민망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이다.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지구는 2005년 56억 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였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지부진한 것은 한마디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규제와 세금이 많고, 도로.학교.병원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 일례로 외국기업 A사는 지난해 17개의 인허가 절차를 밟느라 9개월 만에 사업 승인을 받았다. 승인 후에도 또 다른 규제에 묶여 지금까지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게 경제자유구역의 현주소다. 원스톱 서비스는커녕 멀티스톱도 이런 멀티스톱이 없다. 오죽했으면 경제자유구역청 공무원들조차 경제자유구역을 100점 만점에 낙제 점수인 52점으로 평가(국회 예산정책처 조사)하겠는가.

푸둥은 인건비가 싸고, 법인세도 중국 내 다른 지역의 절반 수준이다. 단 5일이면 법인 허가가 난다. 외국인학교가 9개나 되고, 외국 합작병원도 16개다. 두바이 제벨알리는 세금이 아예 없고, 외국인학교는 79개나 된다. 애초에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된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시정하지 않는 것을 보면 경제자유구역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수도권 규제가 더 중요하고, 지방에 건설하는 기업도시나 혁신도시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외자를 중국.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다 뺏겨도 지방에 공기업 몇 개 옮겨 놓으면 '우리끼리' 잘살 수 있다고 과신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정부에 경제자유구역의 중요성을 아무리 외쳐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동북아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과 4위 중국, 11위 한국이 몰려 있는 세계 경제의 요충지다. 여기에서 물류나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새 성장동력도 찾을 수 있다. 허브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비자.무관세.무분규의 3무(無)를 약속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정부는 각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