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치 치료 늦어서 이 뽑으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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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회사원 홍모(45)씨는 새벽 무렵 고통속에서 잠에서 깨어났다.
잇몸이 퉁퉁 붓고 너무 아파 한마디로 '죽을 지경'이었다. 전날 모처럼 직장 동료와 회식장소에서 과음한 데다 그것도 단단한 마른안주를 곁들인 뒤 나타난 결과였다.
손으로 입 주위를 매만지며 병원을 찾아간 그는 잇몸치료와 약처방으로 응급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의사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아무래도 이를 뽑아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홍씨로선 억울한 생각이 들 터이기도 하지만 평소에 잇몸이 좋지 않았던 그에게 이날 아침의 일은 우연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 대다수 사람들이 한번은 앓는다는 풍치(風齒).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이를 뽑아야 하고, 그 자리를 어떻게 메울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가 부실하면 제대로 음식을 씹을 수도 없고, 제대로 웃기도 어려운 볼썽 사나운 꼴이 될 판이다. 풍치예방이 위풍당당 치아의 지름길이다.

◆만성치주염, 풍치='풍치'는 한자 뜻 그대로 치아 상태를 말한다. 흔들릴 대로 흔들려 바람에 곧 넘어질 듯 뿌리째 뽑힐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여 있는게 풍치, 즉 잇몸병이다. 의학적으론 만성치주염이라 부른다. 잇몸을 포함한 치아주위의 치조골·치주인대 등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방치하면 치조골이 급속히 부서지면서 치아가 움직이고,잇몸에서 피가 나 결국 이가 빠지게 되는 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흔한 치과질환으로 발병률이 96%나 된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시작돼 40대 이후에 흔한 병이다.
찬 바람을 쐬거나 차가운 음료를 마실 때 치아가 시리고 아프고, 잇몸에서 피가 나고 입냄새가 난다면 이미 잇몸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치주염은 제때 닦아내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와 치석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음식물 찌꺼기가 세균·칼슘과 결합해 프라그가 되고, 이 프라그가 쌓여 딱딱하게 굳은 게 치석이다. 달라붙은 치석은 잇몸 밑으로 점점 내려가면서 염증을 일으키기 시작하거나 기존의 염증을 악화시킨다. 스케일링으로 쉽게 제거되지도 않고, 결국은 염증을 악화시켜 치아를 뽑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방치하단 낭패,예방이 중요=치주염 초기엔 대부분 자각 증상이 없다. 서서히 진행돼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고, 통증이 있거나 입냄새가 나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이미 치주염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다. 고름이 나오기도 하고, 양치질을 할 땐 피가 난다.
이같은 증상이 나타난 이후 치과를 찾아도 곧바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어 경제적·시간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 잇몸도 부실해지는구나"라고 생각만 하고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다 자연치아를 뽑아내고, 인공치아를 심어야 하는 큰 손실이 우려되는 게 바로 치주염이다.
더욱이 씹는 힘이 약해지면 턱과 뺨의 근육이 위축되고 턱뼈도 가늘어진다. 청춘시절의 통통했던 볼살이 쑥 들어가고 입주변에 주름이 져 외견상 더 나이들어 보인다. 치주염이 무서운 건 처음엔 한 개의 치아 잇몸뼈가 무너지기 시작해 '줄줄이사탕'처럼 옆 치아에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여러 개의 치아를 다 뽑아야 되는 곤경에 빠진다는 점에 있다.
결국 적극적인 대처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칙적이고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적인 치과검진이 최선이다.
건강한 잇몸을 가진 사람도 6개월에 한번 스케일링을 통해 프라그와 치석을 제거해 줘야 한다. 부드러운 칫솔로 잇몸을 마시지해주는 것도 좋다.
정기영 파크뷰미치과의원 원장은 "잘 관리한 치아는 막상 치주염에 걸리더라도 치료가 쉽고 효과도 좋다"며 "시일을 끌다 더 큰 손실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미엄 이형남 기자 , 모델=MTM 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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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영 자문의
서울대 치대,치의학 박사
한림대 의대 외래부교수
현 파크뷰미치과의원 원장
031-783-2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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