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워 간선도로 체증 지겹다"|골목길 「우회주행」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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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오전8시, 회사원 장한수씨(38)는 승용차 시동을 걸고 화곡동 집을 출발, 출근길에 오른다.
정상 출근코스는 강서로∼공항로∼성산대교 ∼신촌로터리∼아현동고갯길∼서대문.
그러나 장씨는 공항로로 진입하지 않고 강서소방서 맞은편 한일은행 옆골목길로 우회전한다.
강서로와 만나는 공항로는 극심한 체증으로 차량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공항로와 나란히 뚫린 한일은행옆 골목길은 우장공원∼한양화학∼제일은행∼동신아파트∼신탁은행앞을 거쳐 양화교로 이어지는 주택가 지름길.<지도>
러시아워시 공항로를 이용, 양화교까지 도착하는데 30분이 걸리지만 이골목길을 이용할 경우 10분이면 족하다.
양화교∼성산대교∼서교로로터리(제일성모병원앞)에 도착한 장씨는 신촌로터리로 이어지는 성산대로 고가차도를 타지않고 다시한번 고가밑 골목길로 우회전한다.
이 골목길은 경성중·고앞∼연남동을 거쳐 지하철 신촌역까지 연결된 샛길. 이 샛길을 빠져나와 아현동 고갯길을 넘으면 바로 서대문이다. 장씨는 지난3월부터 한일은행옆 골목길등 2개의 골목길을 이용, 종전 1시간 20분 걸리던 출근시간을 40분으로 단축시켰다. 「골목길이 더 빠르다. 막히면 돌아가라」.
서울 간선도로의 교통체증이 날로 극심해지면서 생겨난 새로운 운행풍속도.
출·퇴근시간이면 이면도로는 물론 주택가 골목길, 아파트단지길까지 간선도로의 체증을 피하기 위해 몰려든 승용차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골목길운행이 성행하면서 상습적인 체증으로 혼잡이 계속되는 서울지역주요교차로 주변 69개의 골목길·샛길·지름길등과 도로안내표지·도로변주요건물등을 상세히 그린 책 『막히면 돌아가라』가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있다.
『샛길을 잘 모르면 택시기사생활을 할 수 없어요. 머리속에 각지역 샛길·우회도로등을 그려놓고 운행해야합니다』개인택시운전기사 한모씨(37. 서울 사당동)는『체증이 심한 간선도로를 이용할 경우 수입이 20%는 줄어든다』고했다.
공덕동네거리∼도화동용산선 철길밑도로∼노점시장길∼원효로로 연결되는 샛길은 간선도로인 공덕동∼용마루고개를 넘어 원효로 전자상가 앞까지가는 차량들이 용마루고개의 체증을 피하기 위해 우회하는 대표적인 샛길.
도원파출소 이성수경장은 『영업용택시는 하루5백대, 일반승용차는 1천대이상이 통과, 간선도로를 방불케하고 있으나 현도로교통법등에는 이를 단속할 근거 규정을 두고있지 않아 방치하고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간선도로의 체증이 심할 경우 출·퇴근 차량들이 샛길·지름길등을 이용, 우회하는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일부 영업용·자가용운전자들은 좁은 골목길이나 어린이보호구역에서까지 과속운행을 일삼고있으며 이는 빈발하는 골목길 어린이교통사고의 주요원인이 되고있어 문제가 되고있다.
또 주택가골목길의 차량운행은 소음·먼지공해를 유발시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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