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득표비율 배분이 타당(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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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을 위한 여야 사무총장회담이 제1당에 무조건 전국구의석의 과반수를 할애해주던 전국구배분 방식을 의석비율에 따라 나누기로 합의한 것은 일단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원내 제1당에 어떤 형식으로든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주어야 정치가 안정되고,그것이 곧 한국적 상황에 부합하는 것인양 받아들였던 입법 예는 진작 쇄신되었어야 할 과제였다.
전국구제도 본래의 취지나 헌법정신에서 볼 때 현재의 전국구 배분 방식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제국이나 우리나라가 전국구제를 도입한 근본취지는 의회의 직능대표적 기능을 살리고,단 한표라도 더얻는 사람이 당선되는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찍은 표의 대표성까지도 가급적 살리자는데 있다.
때문에 이같은 취지를 잘 살려 운영하는 독일같은 나라에서는 전국구제가 의회의 순기능뿐만 아니라 전국적인물을 길러내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콜수상이 지역구선거에서 낙선하고도 독일통일을 이끈 주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전국구 덕분이었다.
그만큼 전구국 제도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3공에서 6공에 이르기까지 전국구는 집권프리미엄이라는 해괴한 논리의 포로가 되어 위헌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정치판을 왜곡시키는 역기능을 되풀이 해 왔다.
이른바 배분방식을 집권자가 멋대로 설정해 여당에 대해서는 득표율 이상으로 의석을 확보해주는 편법으로,야당에 대해서는 정치자금 조달을 위한 매직의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한마디로 잘못된 제도가 기득권을 가진 정당의 야합에 의해 존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여야 사무총장간에 합의한 지역구의석비율에 따른 배분방식에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우리는 명실공히 전국구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순간의 당리당략을 떠난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의석보다는 득표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의석이 결코 득표비율대로 반영되지 않는 예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13대선거에서 평민당은 전국적으로 19.26%의 득표율을 올렸지만 호남몰표로 당선율이 높아 23.83%를 득표한 민주당보다 전국구 의석을 더 차지한 바 있다. 또 10대 선거에서는 신민당이 득표율에서 1.1%를 이겼지만 의석수에서 공화당에 져 소수당이 되었다.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득표율이 기준이 되어야하는 또다른 이유는 그래야만 소위 우리의 운동권처럼 이른바 미대변집단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사무총장회담이 득표율 5%이상의 정당에 전국구 의석을 배분하는 방안에도 의견접근을 보았다니 다행이다.
우리는 기존 대정당에는 의석수,군소 진보정당에는 득표율이라는 구차한 이중기준이 적용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모든 정당이 5%의 하한선을 정해 득표비율로 배분하는 것이 가장 떳떳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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