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파 중진 대거등용 「실무형」/일본 새 내각 어떤모양 갖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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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요자리는 죽하파가 포진/경제계 “쌀개방 대비한 최선의 진용”
5일 출범한 일본 미야자와(궁택희일)내각은 주요포스트에 다케시타(죽하)파가 대거 포진했을뿐 아니라 각료 인선작업도 다케시타파의 가네마루(금환)·오자와(소택)두 사람이 사실상 주도,「다케시타중시」내각의 성격을 뚜렷이 하고 있다.
일본야당과 언론에서는 이번 미야자와 내각에 리크루트 스캔들 관련자가 대거복권,「리크루트 오염정권」이라고 이름붙이는등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자민당 파벌영수가 2명이나 참여하고 있음을 지적,「본격정권」에 대한 기대도 크다.
새내각의 면면을 보면 미야자와총리와 총재선거에서 싸운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를 부총리겸 외상에 기용했으며 각파벌 중견·간부들을 대거등용,내외 현안처리에 대비한 실무형 내각성격도 강하다.
각료들을 파벌별로 보면 다케시타파가 법무·대장·문부·통산·운수·북해도 개발청등 6개,와타나베파가 외무·우정·건설,경제기획청등 4개,미쓰즈카파가 자치·방위·과기·환경등 4개,고모토파가 후생·노동·총무등 3개,미야자와파가 총리외에 관방·국토청등 2개,무파벌이 농수 1개로 배분,다케시타파에 대한 우대가 두드러진다.
지난번 가이후(해부준수) 2차내각에 비교하면 고모토파가 두자리 늘어난반면,총재파벌인 미야자와 파가 2개,미쓰즈카파가 1개 줄어들었다.
미야자와파로서는 미야자와총리자신이 다케시타파에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당과 내각운영은 다케시타파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한데 따라 자파에 돌아올 자리마저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총재선거에서 미쓰즈카를 누르고 제2위를 차지한 와타나베파는 부총리겸 외상외에는 「인기포스트」로 꼽히는 건설·우정등 경제각료직을 따내 가장 실속을 챙겼다는 평이다.
그동안 외상·통산상등 요직을 계속 맡아온 미쓰즈카파는 다케시타파와 와타나베파에 좋은 자리를 모두 빼앗기는 바람에 각료수는 네자리를 유지했지만 불만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네마루와 사이가 좋은 가토무쓰키(가등육월)그룹을 제명한 미쓰즈카에 대한 보복인사의 성격이 짙으며 이번 각료 인선작업이 사실상 다케시타파 주도로 이뤄졌음을 입증한다.
미쓰즈카에 대한 냉대는 가토무쓰키와 같은 그룹인 다나부(전명부광성)씨를 요직인 농수산상에 배치함으로써 앞으로 다케시타파와 미쓰즈카파간의 알력과 내분이 주목된다.
한편 일본경제계에서는 이번 각료인선을 놓고 당장 발등의 불인 대미쌀시장 개방협상에 대비한 「최선의 진용」이라고 기대를 높이고 있다.
대장상에 기용된 하타(우전자)는 농수산상을 두번 역임한 경험이 있는데다 농정에 영향력이 크며 관방장관인 가토(가등굉일)도 당 농정조사회장을 지내 농정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
가이후 내각때 농수산상이었던 곤도(근등철웅)를 노동상에 취임시킨 것도 우루과이라운드와 계속 씨름해온 그의 경험을 미야자와 총리가 높이 평가한 때문이라는 뒷 얘기다.
다나부 농수산상은 곤도노동상과 의원동기생으로 파벌을 초월해 농산물 문제를 상담해온 농림족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사람은 와타나베 외상. 당장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국회질의에서 초점이 될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일본자위대 파견문제에 헌법개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해온 「국수주의자」 와타나베가 자위대파견에 미온적인 호헌론자 미야자와총리와 어떻게 보조를 맞춰나갈지 주목된다.
미야자와총리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유엔평화유지활동법안을 통과시킬 생각을 밝힌바 있으나 『어디까지나 헌법테두리안에서 비군사활동에 한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와타나베외상과의 의견불일치가 국회질의과정에서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조만간 있을 조지 부시 미대통령 방일에 대비,미­일 안보협력강화를 구상하고 있는 지미파 미야자와 총리와,미일 안보조약개정을 통해 정치·군사대국의 길을 독자적으로 뚫으려고 하는 다케시타파내 오자와(소택일랑) 전자민당간사장등 젊은 실력자그룹과 와타나베외상이 어떻게 이견을 좁힐지도 관심거리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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