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름살제거에서 눈썹이식까지|성형수술 받는 남성 많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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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31일 오후 서울청담동 C성형외과. 깔끔한 용모의 50대 남자손님이 진찰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마의 주름살을 없애고 싶습니다. 밑으로 축처진 눈꺼풀도 바로 잡고싶고….』 손님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정중길원장에게 용건을 털어놓았다.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이손님은 S중소기업사장 김모씨(52·서울서초동).
20여년 동안 몇차례의 사업실패를 거듭한 끝에 종업원 30여명을 둔 중소기업 대표가 된사람이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데 이마와 눈자위의 두꺼워진 주름살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서글퍼지더군요.』
김씨는 『활기넘치는 젊은 모습을 되찾기 위해 용기를 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3일후 김씨는 성공적으로 주름살 제거수술을 마쳤다. 수술비용은 3백여만원.
김씨는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너무 젊어져서 아내가 몰라보는것이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며 병원문을 나섰다.
남자성형수술시대. 미국등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남자성형수술붐이 서울에서도 서서히 일고있다.
눈주름살 제거수술은 60만원, 얼굴전체 제거수술은 3백만원선.
최근들어서는 40∼50대뿐만아니라 70대의 재계인사들도 「아내가 얼굴을 가꾸어 너무 젊어보이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어야겠다」는 등의 이유로 내밀히 의창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다고 의사들은 귀뜀한다.
취직시험에 대비한 성형수술도 부쩍 늘고있다. 면접시험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툭 불거진 광대뼈를 깎아달라든지, 치켜올라간 눈꼬리를 바로잡아달라는 주문이 성형외과에 쇄도하고 있다.
박모씨(27)는 명문인 서울K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재. 그러나 졸업후 3년째 취업경쟁에서 고배를 마셨다.
고민하던 박씨는 『코가 얼굴크기에 비해 너무 크고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역상」이어서 반골처럼 보이기 때문에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변 친지들의 말을 듣고 지난4월 청담동C성형외과에서 눈꼬리를 바로잡는 수술을 받았다.
대학입학기념 성형수술도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신풍속.
대학입시가 끝나는 1∼3월중이면 서울시내 각성형외과는 치열한 경쟁의 관문을 뚫고 합격한 「예비신사」들이 하루 5∼10명씩 몰려들어 상담을 벌인다.
외국유학붐이 일면서 미국·일본등지에 유학중인 학생들도 방학중 일시귀국,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도 많다. 이는 외국보다 수술비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전문의 정중길씨는 『미국유학생들의 경우 백색인종들 틈에 섞여 살면서 느끼는 열등감 때문에 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들이 원하는 수술종류는 코높이기가 단연 으뜸. 이밖에 일명 미키마우스귀(나팔귀)수술, 광대뼈·흉터제거수술, 쌍꺼풀·눈썹이식수술을 원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미국동부지역에 유학중인 심모군(22)은 지난겨울방학중 일시귀국, 툭튀어나온 광대뼈를 깎아내고 얼굴을 달걀형으로 갸름하게 만들었으며 코를 높이고 쌍꺼풀까지 만들어 출국했다.
청소년들중엔 수술상담과정에서 「인기가수 C씨의 코와 비슷하게 만들어달라」「홍콩액션스타O씨의 눈처럼 날카로운 눈매를 만들어달라」는 등의 어려운 주문을 해 의사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한다.
서울 저동 백병원 성형외과 과장 백세민박사(48)는 『10대는 감정에 따라 행동하기 쉽고 숭배대상인물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수술받은지 1∼2년후 다시 찾아와 「얼굴형태를 바꿔달라」고 무리한 주문을 하는 경우도있다』고 했다.
때문에 수술을 받더라도 어른이 된후에 냉정하게 판단해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는것이 백박사의 충고.
성형수술을 원하는 청소년들의 사고중 가장 큰문제가 되는것은 의사를 얼굴에 칼을 대면서도 한점의 흠집도 내지않고 원하는 얼굴형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창조주로 착각하고있다는 점.
백박사는 『남자의 피부조직은 여성과 다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하더라도 칼자국이 비교적 많이 남는 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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