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윤리위 「장식용」안돼야/허남진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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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윤리위원회가 4일 위원장등 여야의원 15명이 모여 첫회의를 갖고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논의하고 정치권의 자정·의원윤리의식 제고를 엄숙히 다짐했다.
비록 13대국회 마지막으로 탄생한 특위이긴 하지만 그동안 얼룩지고 실추된 의회모습에 비춰볼때 뒤늦게나마 구성된 윤리위가 앞으로 어떻게 기능하고 역할할지 기대가 적지 않다.
비단 금년초의 의원외유뇌물사건·수서사건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눈에 비친 의회·정치권의 인상이 결코 곱지 못하다는 사실은 이제 재론하기조차 피곤하다.
쇠고랑 차고 국민앞에 불쑥 나타나는 의원이 어디 한두명인가. 심지어 간통·사기등 낯뜨거운 장면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 또한 욕설·야유에 멱살잡이가 다반사라 의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불신의 차원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올들어 줄줄이 터진 의원비리사건을 놓고 여의도의사당이 부정·부패의 온상이 아니냐는 극언까지 들려왔다. 『한강보다 더 오염됐다』는 조롱까지도 있다.
윤리위가 구성된 배경이 바로 떨어질대로 떨어진 국회의 명예와 품위를 되살리자는 데 있음은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다. 이미 의원 윤리강령과 실천규범도 만들어 의원 스스로의 의지는 일단 분명히 표현된 셈이다.
그러나 윤리위 구성자체만으로 의회가 자동적으로 맑아지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윤리위는 자체 규율기구로서 사안발생후 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이 윤리위에 회부했을 때에만 가동케 되기 때문에 사전 정화기능은 없는 셈이다.
더군다나 윤리위가 발족하면서 여야가 서로 날치기·폭행 등으로 징계고발한 5건의 징계동의안을 소급적용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철회한 것만 봐도 여야가 이 윤리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만하다. 국회가 국민들의 눈총이 두려워 정화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여주자는 구색용이거나 장식물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물론 새로운 국회상·의원상 정립은 의원들 스스로의 각성과 도덕성 회복 노력에 달려 있다 하겠다.
그러나 처음부터 여야가 하는 행태를 보면 윤리위를 여러개 구성하고 자정노력 운운하고 떠든들 그게 무슨 소용이 되겠느냐는 생각이 앞선다.
정치권의 전반적인 개혁이 불가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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