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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동한 「한국적 신학」|전통문화와 기독교 접목|감신대출신 젊은학자들 「상생신학」발표|유교·샤머니즘과 조화…정의·포용성추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리의 문화적 전통에 기독교를 접합시켜 이른바 신학의 토착화를 추구하고있는 일군의 젊은 학자들이 4일부터 나흘동안 서울한남동 감리교여선교회 전국연합회관에서 「존 웨슬리와 상생신학」이란 주제 아래 공개학술심포지엄을 연다.
감신대명예학장 청암 홍현설박사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 심포지엄은 70∼80년대를 풍미했던 「민중신학」의 뒤를 이어 세계신학계에 새로운 한국적 신학의 태동을 알리고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 보자는 의도를 배면에 깔고있는 야심적 기획이다.
심포지엄에서는 박종천(존 웨슬리와 상생신학)·이원규(한국사회계층갈등과 웨슬리적답변)·이기춘(한국인의 심성을 겨냥한 통전적 목회신학)·방석종(구약성서에 나타난 상생적 민족통일 고찰)·안석모(실천신학방법으로서의 상생모델)·김외식(웨슬리의 목회와 상생의 영성)·왕대일(구약신학의 새 지평과 상생의 실천)등 감신대출신으로 한국토착화신학의 제2세대를 형성하고 있는 젊은학자 7명이 논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토착화신학이란 지난 60년대초 감신대에 재직중이던 윤성범·유동식교수등이 서구적시각에 함몰돼 있던 신학관행에 반기를 들고 우리 전통문화와 토양에 기독교를 접목시켜 독자적 색채를 띤 한국신학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표면화한 학문흐름이다. 처음엔 우리 민족의 생활속에 녹아있는 유교적 전통과 샤머니즘등에 기독교신앙을 대입시키는 등의 독특한 발상법으로 크게 학문적 관심을 끌었으나 70년대 중반에 들면서 급격한 사회적 변화, 학문적 인맥의 단절, 목회일선과의 괴리가 원인이 돼 민중신학에 주도권을 뺏긴채 퇴조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80년대 중반이후 감신대출신의 젊은 학자들이 해외유학을 마친뒤 다투어 모교교수로 부임해오고, 특히88년 이 학교안에 「진정한 한국신학의 형성」을 기치로 하는 「세계신학연구원」이 설립되고부터 토착화신학은 제2세대에 의한 재흥기에 접어들게 됐다.
토착화신학 제2세대군이 개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따라서 개인적 추구에 그쳤던 과거의 토착화신학을 「상생신학」이라는 이름아래 학문집단화하는 한편 교회현실에 기여하는 생산적 신학으로 방향지우기 위한 한 계기가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심포지엄은 논문을 발표하는 교수들 뿐만아니라 일선에서 일하는 현직목회자들도 참가, 발표된 논문에 대한 비판적 논찬을 행하고 함께 토론할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논문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방석종교수의 「구약성서에 나타난 상생적 민족통일 고찰」, 왕대일교수의 「구약신학의 새 지평과 상생의 실천」, 김외식교수의 「웨슬리의 목회와 상생의 영성」등이다.
방교수는 이 논문에서 이스라엘 민족통일국가 성립을 전후한 격변의 상황을 조망하면서 민족 통일에의 접근은 헤게모니를 둘러싼 투쟁으로서가 아니라 화합과 조화를 전제로 「분열이전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평화의 운동이어야 한다고 주장, 구약의 세계를 갈등과 대립이라는 상극의 극복 및 대안체계로서의 상생원리에 연결시키고 있다.
왕대일교수도 구약 창세기16장 「하갈과 사래」의 이야기를 재해석하면서 하나님을 학대자 사래와 학대받는자 하갈의 상극적 관계를 해소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정의와 공법에 기초한 상생의 실천구도를 펴보인 보편자로 규정하고 있다.
김외식교수는 기독교신앙인의 삶의 특징인 영성에 대해 언급, 영성이 과거에는 순수·순결등을 강조하는 도피적 개념에 머물렀으나 상생개념과 통하는 「포용성」을 영성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아야한다는 주장을 펴 눈길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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