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의 돈환' 이동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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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6년 일본 골프 올해의 신인상은 '돈환'이라는 이름의 외국인 선수가 받았다. 바람둥이의 대명사 '돈 후안' 을 일본에서는 돈환(ドンフアン)으로 표기한다. 골퍼 돈환은 이름이 특이한데다 일본에서 남자 신인상을 받은 첫 외국인이어서 일본 골프계에 화제가 됐다.

돈환은 스페인 선수가 아니다. 한국의 유망주 이동환(20.사진)이다. 이원준(21·LG), 김경태(21)와 함께 한국 골프의 차세대 빅3로 꼽히는 그는 경기고를 졸업한 지난해 시험 삼아 일본 Q스쿨에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국내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돈환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아버지 이금철씨는 "일본 투어 규정상 글자 수가 제한(가타카나로 6자 이내)돼 있어 영자로 이름을 다 쓰지 못한다. Lee. D. H.라는 이름은 개성이 없
어 보여 돈환으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의도대로 이동환은 일본 골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4년 일본 아마추어 선수권 역대 최연소(17세 3개월) 우승으로 이미 일본에 알려진 그는 지난해 일본 투어 최연소 시드를 받았고, 총 29개 대회 중 18개 대회에만 참가하면서도 상금 순위 43위에 올랐다.

일본남자투어(JGTO) 신인상 외에도 골프토너먼트 진흥협회(GTPA)에서 주는 신인상을 받았다. 이 상은 대회 스폰서와 언론기관, 대회 운영업체가 매년 선수의 성적과 장래성·인격·매너 등을 종합평가해 주는 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한희원(휠라코리아)도 1999년에 이 상을 받았다.

이동환은 일본 투어의 한국 대부인 김종덕(나노소울)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건방져서가 아니라 '일본에 왔으니 일본 선수들과 어울리며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인지 1년 새 일본어가 유창해졌다.

올해 목표는 일본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87년 4월생인 그가 올해 우승하면 세베 바예스트로(스페인)가 77년 일본 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세운 20세 7개월의 기록을 30년 만에 갈아치우게 된다.

외모 덕도 본다고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괴물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닮았기 때문이다. "마쓰자카가 아니라고 해도 '마쓰자카 닮았으니 사인해달라'고 한다".고 이동환은 말했다.

이동환은 어릴 때부터 쇼트게임의 귀재로 불렸다. 타고난 감각도 뛰어나지만 50m짜리 줄자를 놓고 연습할 정도로 체계적인 노력파다.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일본에 직행한 이동환은 "미국에 가기 위해 거리 늘리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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