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비밀작업 → 이해찬 방북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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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해찬 전 총리의 3박4일 방북과 관련, '안희정'이란 이름이 튀어나오고 있다. 안씨는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동지'이자 '동업자'로 부른 최측근이다. 이번 방북이 그와 이 전 총리 라인이 가동된 결과란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북한소식통은 6일 "안씨가 지난해 중국 선양(瀋陽)과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었다"며 "이때부터 이해찬-안희정 라인이 대북 접촉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졌다"고 했다. 그는 "그 결과가 이번 이 전 총리의 방북"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두 사람의 사적 라인이 가동된 탓에 공적 라인인 통일부가 이 전 총리의 방북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선 안씨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접촉한 북한 인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이란 설이 나온다. 당시 두 사람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향후 정상회담 추진 등을 주제로 폭 넓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 전 총리의 방북은 그때부터 거론됐다는 것이다. 안씨는 이런 소문에 대해 당시 "베이징에 자주 간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준비는 낭설이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안씨가 노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인 점을 미뤄, 안씨가 '대북 밀사'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안씨가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어느 정도 여건이 무르익자 공개적인 역할을 이 전 총리에게 넘겼을 것이란 관측이다.

방북을 하루 앞둔 이해찬 전 총리(左)가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한 정세균 열린우리당의장을 배웅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북한 민화협 초청으로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사진=오종택 기자]

◆특사의 생명은 보안과 신뢰=실제 그간 남북 접촉에서 특사는 안씨와 이 전 총리처럼 대통령의 가장 큰 신임을 받는 사람이 나섰다. 보안과 신뢰가 특사의 특성이다.

1972년 5월 평양에서 김일성 수상과 만나 '7.4 남북공동성명'에 합의했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이후 10여 차례 공식.비공식 특사 교환이 있었다.

특사 역사의 결정판은 2000년 중국 베이징에서 이뤄진 정상회담 합의다. 당시 DJ(김대중) 정부의 '실세'인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북한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접촉을 벌여 그해 4월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어 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5월 말과 6월 초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은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임 원장은 또 2002년 4월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방북해 10개월간의 남북 당국대화 중단 사태를 해결했다.

과거엔 대북 접촉이란 특수성을 내세워 정보기관 책임자가 특사를 맡았다.

최근엔 대통령 특보나 통일부 장관 등으로 폭이 넓어지고 있다. DJ정부에선 비중 있는 정치인들의 방북 때 특사 임무를 부여받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역시 정상회담 같은 메가톤급 임무를 부여받은 특사의 움직임은 고도의 보안이 생명이다. 2000년의 경우에도 제3국에서 수차례 남북 간 접촉이 있었지만 발표 시점까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을 놓고 특사설이나 정상회담 관련설이 나오지만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정상회담을 극비리에 논의하는 것이라면 정부의 방북 승인을 받고 공개적으로 가겠느냐"고 했다.

이 전 총리가 아닌 누군가가 사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게 안씨란 게 범여권의 분석이다.

이영종.고정애.정강현 기자<yjle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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