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 안산|반월공단 천여업체 생산차질|고지대주민 3년째 식수전쟁|밤에만 급수…주부들 "올빼미"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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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내 1천1백63개 입주업체가 4개월째 계속되는 급수난으로 공업용수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등의 피해를 보고있다.
또 원곡·선부·군자동 등 안산시 고지대일대 주민들은 3년째 계속 이어지는 식수난으로 진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원곡동 1천여가구 주민4천여명은 하절기가 지난 9,10월중에도 수돗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매일같이 식수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는 지난 89년 이후 안산시인구는 연평균 23%가 증가, 수도물의 수요는 급격히 늘었으나 상수도공급 시설확장 사업은 이루어지지 않아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안산시의 이 같은 급수난은 반월공단에서 3천t의 공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는 시화공단내 1백50여업체가 본격 가동되는 올 12월께는 최악의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공업용수난=반월공단 입주업체가 필요로 하는 공업용수는 총18만t. 그러나 안산시 부곡동 반월정수장에서 공급되는 물은 15만5천t에 그치고 있어 대부분 업체가 물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있다.
특히 신오피혁·상림피혁·대일정밀 등 고지대와 관말지역에 위치한 2백여 업체들은 상수관공사 등으로 일시 단수가 돼도 2∼3일씩 정상조업을 못하고있으며 24시간 동안 물공급이 끊겼던 지난 9월15일을 전후한 5일 동안은 2백여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급수난이 계속되자 2백여개의 업체는 3천만∼1억원을 투입, 대형지하저수조를 설치했으며 3백여개의 업체는 지하수를 개발했다.
또 1백여 엄체는 FRP물탱크를 사들여 시청급수대와 인근 저수지 등에서 물을 끌어오고 있다.
안산시원시동727 신오피혁은 가죽을 씻고 염색하기 위해서는 하루평균 8백t의 용수가 필요하나 지난 7월 이후 공급량이 7백여t에 그치자 지난 9월 3천여만원을 들여 6백t 용량의 지하저수조를 만들어 작업이 없는 일요일을 이용, 물을 받아놓고 있다.
이 회사 이악경 사장은 『저수조비축장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절대 부족한 공업용수충당을 위해 매월 세 차례 정도 15만원씩을 주고 트럭을 대절, 시청급수대에서 물을 받아다 쓰고있다』고 했다.
◇식수난=안산시원곡·선부동 일대 4천4백42가구 주민(1만4천여명)들은 수돗가에 대형물통을 비치, 밤시간을 이용해 물을 받고있다.
특히 원곡동일대는 오전1시쯤부터 오전7시까지만 수돗물이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주부들이 초저녁에 잠을 자고 한밤중에 일어나 물을 받는 불편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 주민들은 수돗물 수요가 급증하는 7,8월에는 3,4일에 한 번 꼴로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세탁 등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 3년 동안 30여차례의 진정과 농성을 되풀이하고있으나 안산시는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있다.
◇정부대책=정부의 2백만호 주택공급 계획에 따른 건축경기활성화로 89년 이후 안산시에 대규모 아파트·연립주택 건설붐이 일고 있다.
또 반월공단과 이웃한 시화공단 입주업체는 현재 9개에 그치고 있으나 12월중에는 1백50여업체로 늘어나게 돼 약 3만여t의 물이 더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
한편 정부는 수도권 4단계 광역상수도 사업을 실시해 시화공단에 25만t, 반월공단에 8만t의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공사는 내년 말에나 완공될 예정이어서 안산시민과 반월·시화공단입주업체들이 겪어온 급수난은 앞으로도 최소한 1년 이상 계속될 전망이다.<안산=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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