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총체적 위기” 진단/통일연구원 국제학술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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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화 부족으로 전경제 병목현상/동기유발 요인없어 사회 무력화
북한 사회를 「총체적 위기」로 전망하는 연구가 발표,주목을 끌고 있다.
민족통일연구원(원장 이병룡)은 28,29일 양일간 「북한사회의 실상과 변화전망」이라는 국제학술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영국의 리즈대 교수 에이든 포스터 카터는 북한사회를 전망하면서 ▲경제적 위기 ▲합리성의 위기 ▲동기유발의 위기 ▲정당성의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포스터 카터씨의 분석을 요약한다.<편집자주>
북한의 경제적 위기는 ▲성장률의 저하 ▲계획달성 실패 ▲병목현상 ▲노후화된 기술 ▲소비재 부족 ▲농업부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초기의 놀랄만한 성과이후 계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최근 20여년동안 계속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 30년동안 원래 계획대로 수행된 경제개발계획은 단 하나도 없다.
북한은 중앙집권적 경제하에서 일부 재화의 부족현상이 전체로 파급되는 병목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병목현상은 전염성과 고착성을 동시에 가져 오늘날 북한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부족현상을 초래했다.
북한의 대부분 기계설비가 20∼30년전의 것이어서 자본집약적이지 못하며 많은 기계가 마모된 상태여서 고장이 잦다.
북한 당국은 식품·의복·주택문제를 해결하려는 운동을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주택분야는 다소 개선이 있는데 비해 식품과 의복분야에서는 상품을 거의 진열하지 못하는 가게들이 즐비한 실정이다.
농업에서는 관개와 농업용 펌프의 기계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화학화(비료와 살충제 사용)는 그 과용으로 농업생산성을 감소시키거나 농토면적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흉년이 드는 경우 식량위기는 더욱 악화된다.
북한이 처한 합리성의 위기로는 ▲경제개혁 거부 ▲위로부터의 간섭 ▲어설픈 잦은 개각 ▲외채의 재난 ▲노력동원의 강화 ▲비생산적인 지출 ▲절대무오류의 오류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위로부터의 간섭은 김일성의 현장지도에서 이미 설정된 계획을 변경시키거나 철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일성의 잦은 현장지도는 중앙계획 책임자나 지방간부들의 부담이 되고 있다.
외채의 재난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외채를 갚지 않음으로써 결국 다른 나라들이 북한에 등을 돌리는 대가를 낳았다.
그리고 노력동원의 강화는 노동절약적 기술을 투입하기 곤란하게 하며,노동당의 「절대 무오류성」은 정책결정체계에서 정직하고 체계적인 피드백의 통로를 박탈한다.
한편 북한이 처한 동기유발의 위기에는 ▲인센티브결여로 인한 노력부족 ▲청년들의 불만 ▲북한식의 신분제 ▲엘리트 동요 ▲미덕선전에 감춰진 냉소주의 ▲주민들의 지나친 순종성 등을 들 수 있다.
북한의 기본계층 세가지,즉 핵심계층·동요계층·복잡계층 가운데 복잡계층은 어떤 경우에도 승진의 기회를 가질 수 없으며 동요계층에도 기회는 희박하다. 이 두 계층이 북한인구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끝으로 북한의 정당성 위기는 ▲누가 욕을 먹어야 하는지 책임자가 분명한 점(당·정부·김일성의 아들 김정일 등) ▲최근 김일성의 카리스마가 20년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점 ▲과거의 영광때문에 지도자에게 충성을 바치는게 어려워지는 사정 ▲폭력수단의 사용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 점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위기로 보아 북한에서 폭동이나 엘리트 또는 군부쿠데타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한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개혁을 통해 위기를 개선하고자 하면 분단상황으로 인해 체제정당성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장래는 불길하다. 변하느냐,변하지 않느냐 하는 것 양자가 모두 참담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경제적 파멸을 초래하여 인민봉기를 유발할 것이고,개혁을 추진하면 경제회생은 가능하겠지만 북한체제의 정당성은 소멸하고 말 것이다.<정리=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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