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도 죽어가고 있다/생활오수·산업쓰레기 뒤범벅(기동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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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단속피해 밤중에 폐수 방류/속초등 항·포구 심각한 상황
【동해안=기동취재반】 동해안의 항·포구 주변 바다가 생활하수·공장폐수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
3∼4m물속이 훤히 내려다 보이던 「청정수역 동해」란 말이 사라진지 오래이고 생선내장·폐유·어구류·비닐봉지등 각종 생활·산업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는 죽음의 바다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주민들은 항구내 바닷물에 가라앉은 쓰레기 썩는 악취에 시달리고 있는가하면 3년전만 해도 항·포구 앞바다에서 잡히던 고기들이 사라져 어민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속초항=북항바닷물은 밑을 내려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변했고 항구 구석구석에는 생선내장·비닐봉지·스티로폴등 각종 쓰레기와 선박 수리장 및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뒤범적이 된채 버려져있다.
60년을 이곳에서 살았다는 김기영씨(71·속초시 중앙동)는 『바람이 불때는 악취가 인근 주택가를 덮쳐 여름철에도 방문을 닫고 있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주변 횟집들도 피해가 커 P횟집주인 박모씨(여·35)는 『항구물로 고기를 씻다가는 손님들이 질병에 걸릴까봐 겁나 점점 멀리 떨어진 바다까지 고무호스를 연결,모터로 물을 퍼올린다』고 말했다.
이곳 오염의 주범은 중앙동등 7개동 주민들과 생선횟집에서 전혀 정화처리를 하지 않은 채 바다로 쏟아내는 생활용수·찌꺼기 등으로 하루 평균 9천입방m 분량.
◇주문진항=주변 10여개 수산물가공공장에서 마구 버리는 폐수와 각종 쓰레기로 항구안 바닷물은 까만색으로 변해 2∼3년전만해도 즐겨찾던 낚시꾼의 발길이 끊겼다.
『서울로 보낼 고기가 없습니다.』
부두가의 제일횟집측은 『3년전만해도 항구 바로 앞바다에서 산고기를 잡아 하루에 10여차례 서울 강남의 주문진 횟집에 공급해왔으나 이제는 서울공급은 중단됐고 자체 판매량 확보도 어려워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민 김규철씨(77)는 『항구 바닷물이 썩어 4년전부터 항구안에 죽은 물고기들이 떠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관할 명주군은 지난해 부근에 농공단지를 조성,12개 수산물 가공업체등 총 18개업체를 이주시켰다.
그러나 공장들의 폐수방출은 여전해 올들어 대원수산등 10개업체가 명주군 환경보호과에 적발돼 벌금을 물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공장내 폐수처리시설을 가동하지 않고 오전 2∼3시쯤에 바다로 마구 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속초시는 96년까지 총 4백4억원을 투입,대포동에 하수처리장을 설립키로 하고 정부에 예산신청을 했으나 배정받지못했으며 올해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주문진 어민후계자협회 진명호 부회장(32)은 『2년째 고기가 잡히지 않는등 어민들의 생활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어민보호와 생활·작업환경개선을 위해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동취재반
▲도성진기자(전국부)
▲오체영기자(경제부)
▲장남원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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