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테니스 투어 "속빈 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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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여자테니스 투어가 거액을 내건 상업성 시범경기에 스타플레이어들을 빼앗겨 속빈 강정의 맥빠진 대회로 전락하고 있다.
22일 영국 동남부 연안도시 브라이튼에서 개막된 총상금 35만달러(약2억5천만원)의 91브라이튼 여자실내테니스대회가 같은 기간동안 스페인 라스팔마스에서 벌어지는 시범경기에 세계랭킹 1위 모니카 셀레스(유고) 등 스타들을 대거 놓쳐 2류대회가 되고만 것이다.
브라이튼대회는 세계여자랭킹 10걸 중에서 2위에 올라있는 슈테피 그라프(독일)만 유일하게 참가,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발끈한 여자테니스선수협의회(WTA)의 조지안 클라크 유럽지역이사는 23일 스페인시범경기에 출전한 11명의 선수들에게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셀레스에겐 2만달러, 세계 4위 아란차 산체스(스페인) 1만달러, 14위·16위에 각각 랭크돼 있는 콘치타 마르티네스(스페인)·마누엘라 말레바(스위스)에겐 5천달러씩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WTA규칙에는 총상금 22만5천달러이상의 투어가 벌어지는 기간에는 여타 시범경기 등에 참가할 수 없음을 못박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벌금형이 시범경기에 참가만 하면 상금과는 별도의 참가비조로 수십만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선수들에게 하등의 제재조치가 되지 않고 있어 문제.
24일 현재 올해 상금으로만 1백55만2천7백58달러를 챙긴 셀레스는 지난 7월 미국 뉴저지주 마와시에서 벌어진 패스마크클래식대회 시범경기에 출전, 제니퍼 캐프리어티(미국)와의 단 한 차례 경기로 이번 브라이튼대회 총상금과 같은 22만달러를 거머쥐었다.
특히 시범경기를 주최하는 측에선 세계상위랭커들이 물게될 벌금을 대신 내주고 체재비 일체를 부담하는 등 각종 특혜를 부여, 선수들로선 좀처럼 이들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형편.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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