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별 왕자의 경제 이야기] ⑥경제는 나쁜 것도 생산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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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몸에 좋은 담배 '퓸' 아세요?

"우리 마을에도 이곳의 담배와 비슷한 것이 있지요. 퓸(fume)이라고 부르죠. 원래 이름은 perfect fume인데 지금은 줄여서 그냥 퓸이라고 하지요. 담배보다 조금 굵은 건데, 불을 붙여 입으로 흡입하는 것도 담배와 같지요. 그런데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몸에 좋다는 거지요. 건강이 좋지 않거나 수술을 받고 빠른 회복을 바라는 사람들이 이걸 흡입한답니다." 입으로는 자양분이 많은 음식을 흡수하고, 그걸 보조하는 수단으로 퓸을 피운다는 얘기였다.

"몸에 좋은 요소를 담았으니 냄새도 아주 좋지요. 건강에도 좋고 향도 좋으니 퓸을 피우는 사람들 주변엔 사람들이 몰려들죠. 여기서는 정반대이더군요. 자신에게 안 좋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담배를 왜 피우는 건지 정말 궁금해요."

"흡연자들은 담배가 주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고 말하죠. 정신적 긴장을 풀어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몸에 안 좋은 건 알지만 이미 습관이 들어 끊기 힘들어 계속 피운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그는 정말 궁금한 게 또 있다고 했다. 담배회사 사장님은 자식들이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면 뭐라고 할지 그게 궁금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보기보다 예리했다.

"피우지 말라고 충고하는 쪽이 솔직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흡연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해도 폐해를 누를 정도는 안 될 테니까 말이죠. 모르죠, 어떤 사장은 '이게 아빠 회사에서 심혈을 기울려 만든 제품'이라며 담배를 피울 거라면 아빠 회사 제품을 이용하라고 할지 도요. 그런데 여기서 경제와 관련해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경제라는 것이 선악을 가르는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죠. 기업 하는 사람은 누군가 필요로 하는 걸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이지, 사람들에게 이로운 것만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는 조금 놀라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나쁜 걸 만들어 팔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11 경제는 나쁜 것도 생산하죠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담배가 바로 그런 예지요. 어느 나라나 담배회사가 버젓이 합법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그뿐인가요, 더 많이 팔기 위해 광고도 열심히 하지요.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겠다며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간을 겨냥하기도 한답니다. 비만과 성인병을 야기한다는 패스트푸드도 세계 곳곳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설탕을 백해무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런 설탕을 주원료로 하는 과자와 음료도 무수히 많습니다. 또 석면과 같은 물질은 호흡기 계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여전히 건축자재에 많이 사용되고 있고요. 가죽 옷을 원하는 사람들은 지구상엔 아직도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옷을 만들어 파는 업체들도 많지요. 가죽 옷을 만들려면 여러 마리의 동물을 죽여야 하고, 또 생가죽을 무두질해 옷으로 만드는 과정은 엄청난 오염물질을 배출하기도 하지요. 이런 것도 다 경제활동의 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는 상당히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이강은 설명을 덧붙였다. 세상에는 경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덕도 있다고. 선악에 대한 판정과 악을 멀리하고 선을 강조하는 작업은 도덕이 맡고, 경제는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고 추구하는 나름의 가치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라고 부연했다.

"나쁜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생산활동이고 경제라는 건가요?"

"그런 셈이지요. 경제라는 게 곧 사람의 생활이고, 그 생활 중에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다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그는 암표상 예를 들었다.

"인기가수 공연장 같은 곳에 가면 암표상을 만나게 되지요. 암표상을 규제하고 있지만 그들은 다 저마다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아주머니는 쓰러진 남편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어떤 젊은 친구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임시로 그런 일을 할 수도 있겠지요. 이유는 다 다르지만 이들에겐 한 가지 같은 목적이 있습니다. 돈을 번다는 것이죠. 사회적으로 암표 판매를 나쁜 행위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이렇게 존재하지요. 미국 뉴욕의 프로야구팀인 양키스 경기 때나 브로드웨이 뮤지컬 극장 앞에도 언제나 암표상들이 있지요."

"결국 암표 판매도 경제행위다 이거죠."

"거기에도 다 투자와 수익률 개념이 있습니다. 그런 얘기는 다음번에 다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경제라는 게 역시 녹록한 게 아닌 것 같군요."

그의 이런 멘트로 두 사람은 첫 학습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는 첫 수업이 너무 유익했다며 이강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또 만나면 수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강은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언제 다시 만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은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곤 헤어졌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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