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YS강풍」속 통합야당 실험무대(14대 전초전 현장에 가다:1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부산/민정계 “무소속출마 불사”로 「다여현상」/분구지역 김영삼대표 줄대기/야 현역에 5공세 강력도전/동구/민자당서 「이기택 응징」별러/해운대
15개 선거구인 부산지역은 YS(김영삼)의 행로를 따라 전통야도에서 여성향으로 급전했다. 민정당이 겨우 1석을 건졌던 13대총선에 반해 현민자당이 51개 의석중 50개 의석을 휩쓸어버린 6·20 광역선거 결과를 보면 이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14대총선의 부산에서 눈여겨 볼만할 대목은 야권통합을 이룬 민주당 의원 3명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있다.
통합야당의 가능성이나 YS바람의 위력이 구체적으로 실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내에서도 대부분 민주계인 현역위원장을 상대로 지명도 높은 민정계 인사들이 뜨거운 공천경쟁을 벌이거나 아예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다여현상」의 결과가 주목된다.
○…동구에서는 노무현 의원이 야권통합성사 또는 민주당 대변인으로 중앙정치에 전력하는 사이,13대 당시 9천표차로 패배한 허삼수 민자위원장이 『3백87개동을 두번돌았다』는 표다지기로 자신감을 드러내는 상황.
「5공원훈」인 허씨는 지난 3년간 약수터 대중목욕탕 관리구순방 사랑방좌담회 상가순회의 하루일정을 빠짐없이 지켜온데다가 이제 「YS바람」까지 등에 업어 민자당시 지부로부터 「당선가능 원외」로 분류될 정도.
○“지역구 옮긴다”소문
노의원도 지역사정이 간단치 않음을 인식,김정길 의원과 지난 19일 내려와 『지역구 이 전설은 헛소문』이라는 기자회견과 함께 조직점검에 나섰다.
영도의 김정길 민주당 원내총무는 지난 9월 주민등록을 서울로 이전한 사실이 『지역구를 옮기려는 계획』이라는 소문으로 널리 퍼져 곤욕을 치렀으나 지역구 고수를 분명히 선언.
김총무측은 『지역정서상 신민·민주당의 통합이 득표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으나 『김의원이 통합야당의 총무를 맡는 등 개인적인 위상은 올라갔다』고 3선고지를 애써 낙관. 20% 이상으로 추정되는 호남출신 유권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김형오 민자위원장은 장학금지급·사랑방좌담회로 착실한 조직관리.
그는 『신승이 아닌 완승을 목표로 한다』고 기염.
민자당 내에선 구민정당 사무차장을 지낸 윤석순 전의원과 재력가인 노일차씨가 공천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무소속으로도 출마하겠다는 태세여서 「1야3여」의 가능성이 높다.
해운대는 특별한 제3의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이기택 민주당 공동대표와 김운환 민자당위원장(전국구)의 격돌이 관심거리.
6선의 이대표는 지역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주변에선 『이대표 경력이면 이젠 전국구로 나가도 당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가시지 않아 전국구 이적을 위한 애드벌룬이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
김의원의 「이기택 응징」에 YS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
중구는 김광일 의원(무소속)이 통합 민주당 합류를 거부하고 『야권통합은 또 하나의 밀실야합』이라고 규탄하며 맹렬히 표밭을 훑고 있어 지역주민의 호응도가 전보다 높아졌다는 평.
민자당의 원외위원장인 정상천 전서울시장이 경남고 총동창회장의 학맥과 현직 변호사로서 무료법률상담 등을 활용,조직관리를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민주당쪽에선 부산지역 재야운동의 대부격인 최성묵 목사가 활동중.
○…민주계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일부지역에선 3당합당이 아니었으면 공천을 받을 수 있었다고 믿는 민정계 맹장들이 무소속 출마불사를 외치며 표밭갈이에 나서 긴장감이 고조.
○…전장관도 사조직 가동
부산진갑에선 과기처장관을 지낸 이상수 전의원이 구민정조직과 녹심회(환경보호단체) 등 사조직을 가동,「녹색정치인」의 이미지 부각에 주력.
위원장인 정재문 의원도 공조직 외에 부친 정해영 전의원(7선)이 직접 관리하는 「제2선조직」을 활용하면서 풍부한 재력으로 표밭방어에 본격돌입.
민주당쪽으로는 구신민 부산시 지부장으로 김대중 공동대표의 핵심 부산 지지자였던 이흥록 변호사와 신현기 구민주위원장이 치열하게 공천경합.
강경식 전재무장관도 동래을의 박관용 의원에게 맹렬한 기세로 도전.
강씨는 「부산 발전시스템」이라는 지역개발·정책연구소를 일찌감치 개설하고 격월간지 『부산 2000』을 발간하면서 구민정조직·강씨종친회를 기반으로 활약중.
이 지역은 인구 30만명 이상으로 분구가 예상돼 공천여유는 있으나 강씨는 민선 부산시장 출마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하기성 일신산업 사장이 여당공천을,김기우 부산대교수(정치학)가 야당인사로 출마를 희망했으나 김교수는 야권통합으로 양김구도가 고착됐다고 보고 민주당에 불참.
허재홍 의원 지역구인 남갑에선 치안본부장 출신 유흥수 전의원이 지구당체계와 똑같은 개인사무실을 내고 동·통·반마다 조직을 가동하면서 친여세력 결집에 주력.
시지부로부터 가장 무서운 원외 여권인사라는 평가를 받는 유씨는 무소속출마도 불사한다는 태세이며 YS계 권헌성 의원(전국구)도 공천경쟁에 가세.
세무사 이영근씨(무소속),윤왕년 구신민위원장도 의욕.
YS직계로 시당지부장인 문정수 의원이 버티고 있는 북갑에는 장성만 전국회부의장이 지난 추석때 안부편지 10만통을 돌리는 등 본격적인 표밭갈이로 도전하면서 무소속출마도 불사한다는 기세.
최형우 정무제1장관의 동래을에는 3당합당과 야당통합을 모두 거부한 구민주위원장 노경규씨가 중구의 김광일 의원과 연대,「양김 망국론」「민주당은 부대중당」을 선전하며 지역정서에 호소. 최장관은 쌍미천복개 공사·거제리 산복 도로건설 등 굵직한 지역개발사업 등으로 대응.
○지역개발로 정면대응
○…동해보궐선거때 후보매수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YS를 위해 탈당했던 서석재 의원(무소속)의 지역구인 소하는 분구예상지역으로 오랜 야당생활을 해온 YS계의 김종순 당시지부 사무처장과 김무성 의원국장 등이 민자공천에 눈독을 들이며 활동.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최용수 구민정위원장도 든든한 재력을 바탕으로 공천줄대기.
민주당쪽에선 신민계 유강렬씨와 민주계 김영백씨,13대때 한겨레민주당으로 출마했던 백성우씨가 공천경합중.
신설구인 강서와 분구예상지역인 금정에는 전국구의원 등이 YS와의 온갖 끈을 동원,공천따기에 안간힘.
김영삼 대표와 경남중고 동창인 송두호 의원,노흥준 의원이 나서고 있으며 최사열·최석원 전부산시장,손윤식 전북구경찰서장,안병해 구민정 영도위원장,한석봉 전의원 등이 경합.
김대표의 오랜측근인 홍인길씨와 박종웅 비서관도 공천을 희망하는 눈치.
서구는 김영삼 대표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민정계 곽정출 위원장에게 민주당의 임정남씨가 도전.<전영기기자>PN JAD
PD 19911026
PG 05
PQ 02
CP HS
SA P
BC C
CK 04
CS A01
BL 2291
GI 소넨펠트
TI 헬무트 소넨펠트박사 미국의 소·동유럽 전문가(특별기고)
TX ◎소련은 지금 「춘추전국시대」/각공화국들 이해따라 이합집산/경제공동체협정 전망도 불투명
붕괴직전에 있는 소연방의 변신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련 각공화국간 및 민족간 정치·경제적 이해대립은 새로운 소연방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국제문화협회(회장 유혁인) 초청으로 외교안보연구원과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주최한 소련사태 관련세미나 참석차 내한한 미국의 저명한 소련­동유럽 전문가인 헬무트 소넨펠트 박사(65·미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전미 국무부 소련­동유럽연구실장)는 현재 소련사태,소연방의 장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본지에 특별기고해 왔다.<편집자주>
소련의 미래는 지금 매우 불투명하다.
구체제가 무너져 생긴 정치·경제적 공백이 아직 메워지지 않은채 소련은 지금 변화가 아니라 대혼돈 그 자체의 와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권위는 소연방이 무의미해짐과 함께 점차 사라져가고 있으며 각 공화국에서는 새로운 실력자들이 출현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있던 과거의 소련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으며,과거와 같은 소련이 다시 회복되리라곤 기대하기 어렵게됐다.
비록 일부 공화국들만이 참가하기는 했지만 경제공동체 협정이 체결됐고,새 연방조약이 준비중에 있다.
그러나 경제공동체 협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화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단일화폐·단일금융제도 유지가 가능한 것인지,연방차원의 경제조정기구인 국가간 경제위원회가 경제개혁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지 모든 것이 아직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 경제력에서 소련 제2위인 우크라이나공화국은 경제공동체 협정에 참가하지도 않았다.
금년말까지로 그 시기를 잡고 있는 신연방조약은 그 진척이 미미하기 짝이 없다.
아마 실효성있고 강력한 형태의 공화국간 조정기구 또는 연방정부는 영원히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소련공산당의 몰락은 오랫동안 억눌려온 소련내 각공화국들의 지역주의·민족주의에 불을 댕겼다. 발트해3국들은 이미 소련으로부터 독립했으며 우크라이나·그루지야공화국을 비롯,상당수 공화국들이 독자군대 창설움직임을 보이는 등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소련은 한편으로 공화국들의 독립움직임이 계속되면서,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연방기구 창설을 시도하는 노력이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만들어질 연방기구는 경제적 필요와 공화국내 독자적인 정치적 고려가 합쳐진 중층적이며 잠정적인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모스크바에 세워지는 연방기구가 어떤 것이 되든 그것은 일반국가가 갖는 강제력은 없을 것이며,이러한 느슨한 연방구조하에서 공화국들이 이해에 따라 이리저리 이합집산하는 불안하고 일관성없는 정치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연방재편 과정에서 공화국간 무력충돌이 우려된다.
그러나 핵무기까지 동원된 공화국차원의 조직적 대립,즉 내전이라고 부를만한 상황이 당장에 닥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공화국과 카자흐공화국의 경우 국민중 과반수 이상을 러시아인이 차지하고 있는데서 나타나듯이 소련은 각민족이 공화국마다 서로 뒤섞여 살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때 각공화국들이 배타적으로 독립을 추구할 경우 현재 유고슬라비아에서처럼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러나 각공화국 지도자들은 당장의 경제적 필요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단기적으로는 어떤형태로든 공화국간 협력관계를 유지하려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때 미국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남북전쟁을 겪기까지 근1백년간 연방형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소련 각공화국 지도자들이 영웅적인 힘을 발휘,빠른시일안에 구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잠정체제를 만들어낸다해도 6백억달러가 넘는 외채의 분담결정 등 많은 문제를 놓고 갈등과 반목을 벌일 것은 분명하며,잠정협정(modus vivendi)의 틀마저 당초의 모습과는 크게 달라질지 모른다.
이같은 대변화의 진통이 앞으로 10∼20년내에 끝나게 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경제개혁 측면에서 볼때 소련 국민들이 시장경제 마인드를 체득하기까지는 앞으로 한세대 이상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소련이 이처럼 격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만큼 서방국가들이 지금 연방차원에서 대규모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한편 소련의 붕괴는 한반도 긴장완화 및 통일여건 조성에 좋은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소련의 예에서 보듯 북한 현독재정권이 앞으로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는 낙관적 전망이 가능해졌다.
뿐만아니라 동북아 군사적 긴장완화를 가져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술핵을 완전 철수,폐기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련의 몰락으로 한국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국제환경 및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