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재의 4일 표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2일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종일 여유가 넘치는 표정이었다. 특히 민주당이 이날 의총에서 특검법안 재의에 대해 찬성 당론을 정했다는 소식을 단식 중인 최병렬 대표에게 전하고 난 뒤에는 더욱 그랬다.

洪총무는 당사 총무실에 앉아 여유있게 담배를 피우며 "재의에 대해 당내에 별 이의가 없다"며 "내일(3일) 의총 하고 4일 처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실무자에게는 "외유 중 인 의원들이 4일 오전까지 다 들어오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사태를) 정치로 푸는 데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힘이 컸다"고 했고 민주당 조순형 대표에 대해서는 "대국을 보는 맑은 안목을 지녔다"고 치켜세웠다. 최병렬 대표도 "재의 표결이 4일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정상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1일 자민련에 이어 민주당이 이날 의총을 열어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법안을 재의결할 경우 찬성 당론으로 임한다"는 입장을 채택함에 따라 꽉 막혔던 '특검 터널'이 확 뚫릴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민주당은 내친김에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특검법안 재의결을 직권 상정토록 권고하고 3일 재의결 상정에 대비해 본회의에 들어간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재의결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나라당도 재의결 추진을 위한 수순을 속속 밟아나가고 있다. 洪총무는 이날 운영위원회를 주재한 데 이어 시.도지부장들과 오찬을 하며 재의결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

당 관계자는 "재의결 추진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3일 대표 특보단 회의와 원내 대책회의, 그리고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당론을 최종 조율한다. 정의화 수석부총무도 이날 오전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3일부터 전체 의원들이 서울에 대기토록 하겠다"고 밝혀 이미 재의결 준비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한편 국회 파행으로 인해 새해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법정 시한(2일)을 넘겼다. 국회는 당초 이날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특검 논란으로 지난달 21일부터 예결위가 파행돼 심의가 중단됐다.

예결위는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종합정책 질의를 재개했으나 정부 측에서 고건 총리와 김진표 부총리가 선약을 이유로 일찍 자리를 뜨자 의원들이 반발, 회의 시작 3시간 만에 중단됐다.

강갑생 기자<kkskk@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