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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뜨거운 국립대 법인화 왜 한꺼번에 추진하지 않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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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본의 경우 국립대가 우리와 비슷하게 정부 행정조직 형태로 남아 있었으나 2001년 도야마플랜으로 101개 국립대가 89개로 재편성.통합됐고 2004년 4월 일시에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했다. 일본의 전면적인 국립대 법인화는 1886년 대학제국령에 의한 국립대 설치, 1949년의 사립학교법과 함께 최대 교육개혁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은 고등교육에 대한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대학제국령은 고등교육을 국가 업무로 선언한 것이고, 사립학교법은 사립대에 대해 법인격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2004년의 국립대 법인화는 국가기관으로 남아 있던 국립대에도 법인격을 부여한 것을 의미한다. 종래에 고등교육을 국가 업무로 여겼을 때에는 국립대와 사립대는 법인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태평양전쟁 전의 사립대들은 법인격 없는 기관, 즉 개인에 의한 학교일 뿐이었다.

사립대.국립대에 법인격을 부여한 것은 고등교육이 더 이상 국가 업무가 아님을 선언한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고등교육을 시민에게 돌려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래 최대 교육개혁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과 우리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국립대 법인화 안이 일본의 사례에서 어떤 영감을 얻었다면 그 본질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즉 고등교육 기관이 더 이상 국가기관으로 남아서는 안 되고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일본은 일시에 모든 국립대를 법인화했는데, 우리 정부는 무슨 이유로 희망하는 대학부터 순차적으로 법인화하려 하는가. 법인화하지 않고 국가기관으로 남는 대학에서 어떤 시대적 정당성을 찾을 수 있는가. 고등교육의 일부라도 시민에게 돌려주지 않을 수 있는 어떤 명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공훈 학벌 없는 사회 만들기 상임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