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 첫 여성이사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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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 나라 대기업 여성사원으로서는 처음으로 고졸 출신의 공채여사원이 이사가 됐다.
태평양화학 가을 정기인사에서 이 회사 창사 46년만에 첫 여성 이사에 오른 이보섭씨(49·소비자상담실장)는 65년 미용사원으로 출발, 26년 근속한 태평양화학 「여성파워」의 상징. 6천5백여명의 전직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천5백여 여직원의 기대를 한몸에 안고있는 이이사는 『후배들에게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게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항상 신임사원과 같은 마음으로 긴장을 풀지 않고 임했다』는 그는 여성사원 중 최고참.
창덕여고를 졸업한 후 친척의 약국일을 거들다 태평양판매주식회사의 미용사원모집에 응시했던 이이사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주부들을 대상으로 미용강좌를 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에 깔끔한 일처리를 하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한 성품으로 주변사람들을 감싸왔던 그는 태평양화학에서 여러 가지 기록적인 이변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결혼 후 계속 직장을 다니는 최초의 기혼여사원이 됐고 최초의 여성주임·과장·차장·부장으로 승진, 회사측으로부터 『제2,제3의 이보섭이 나오도록 힘써달라』 는 주문을 받았다.
태평양화학에는 현재 3명의 여성 부·차장, 16명의 과장, 1백50여명의 주임이 배출돼 남성 직원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이이사가 13명의 부하직원들과 운영하는 소비자상담실은 『불만을 안고 찾아온 소비자를 영원한 고객으로 만드는 곳』이라는 정평이 나있을 정도.
그는 이번에 이사로 승진하면서 미장원 출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화장품인 「미엔나」의 영업을 총괄하는 본부장의 막중한 업무도 맡게됐다. 그는 또 직원상담도 맡아 태평양의 젊은 남녀직원들에게는 친숙한 「언니」「누나」로도 불리고 있다.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고 생활철학을 밝힌 그는 남편(49·제약회사 전무이사)과 2남(21, 19세)을 둔 주부이자 졸업을 한해 앞둔 방송통신대 학생이기도 하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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