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꿈-거리 음악회」기획 국민카드 홍보실 김혜경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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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문 음악인들이 정식 연주회장이 아닌 번화한 서울 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을 상대로 클래식 연주를 들러준다.
이처럼 공연장을 찾아가서 듣는 연주회가 아니라 음악이 청중을 찾아 나선 거리의 음악회가 지난 11∼13일 서울시내 세 곳에서 열렸다.
첫날은 현악 협주단인 서울 신포니에타의 15명이 잠실롯데월드 지하광장에서, 둘째 날은 바이올린을 하는 김영준 교수(서울시립대·서울시향단장)와 피아노를 하는 김용배 교수(추계예술대)가 명동 구 국립극장 앞 네거리에서, 마지막 날은 관악 협주단인 서울 윈드앙상블 60명이 양재 시민의 숲에서 각각 그곳에 모인 일반시민들을 위해 연주회를 열었다.
「도시의 꿈-거리 음악회」란 이름의 이번 행사를 기획한 국민카드 홍보실의 김혜경 과장(40)은 『행인들이 잠깐씩 듣고 지나가는 행사로 생각했으나 뜻밖에 너무나 많은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앉거나 서서 한시간씩 진지하게 들어주는 바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명동에서 열린 연주회에는 행인들 뿐 아니라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온 청중까지 합쳐 5천여명이 구 국립극장 앞 네거리를 메운 데다 이웃 건물의 옥상·참문에까지 사람들이 나와 난데없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성황을 이뤘다.
일본의 지하철역에서 흔히 거리의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데 힌트를 얻어 3개월 전부터 이번 행사를 기획해 왔다는 김과장이 가장 어려움을 겪은 것은 장소선정과 회사 내에서의 반대.
그는 『거리에서의 클래식 음악회란 것이 우리 관념에 익숙지 않아 사내에서는 무식의 소치라는 비평을, 당국으로부터는 전례가 없어 장소사용허가를 내주기가 어렵다는 응답을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과장은 『전문 음악인들이 클래식은 엄숙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거리낌없이 거리로 나서 주신 것도 큰 힘이 되었다』 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각박한 거리 분위기에 음악의 향기를 불어넣는 이같은 행사를 내년부터 계절마다 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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