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중국 군사력 확장 위협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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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과 일본이 최근 잇따라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 위협론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양측의 공방전은 어느 때보다 날이 서 있다.

◆다시 불거진 중국 위협론=중국 위협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다. 미국의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알려진 체니 부통령은 지난달 23일 호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1월에 있었던 중국의 위성 요격 실험과 최근의 급속한 군사력 확장 움직임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는 중국이 표방해온 '평화발전 전략'과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체니 부통령이 언급한 '요격 실험'은 중국이 1월 위성 공격용(ASAT)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약 859㎞ 상공에 떠 있던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격추한 사건이다. 중국 위협론의 실증적 증거로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꺼낸 셈이다. 이 실험을 결국은 미국의 우주 전략에 대한 중국의 도전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이어서 지난달 27일에는 일본이 중국 위협론을 거들고 나왔다. 일본의 대표적 매파인 집권 자민당의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정조회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나고야(名古屋) 연설에서 "일본이 중국의 늘어나는 군사비 지출로 20년 안에 중국의 한 성(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이 지금까지는 평화적으로 떠오르며 조용히 행동해 왔지만 2010년이 지나면 비평화적 방법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국방비 지출을 더 투명하게 집행하는 등 실천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양국의 최근 긴장 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향후 의도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국회에서도 "대만이 중국의 완전한 통치 밑에 들어가면 그 다음은 일본이 될 것"이라고 중국 위협론을 제기했다.

◆중국, 이번엔 대대적 반격=위협론에 적극 대응을 피했던 중국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중국국방대학의 진이난(金一南) 교수는 관영 신화통신에 발표한 글을 통해 "중국은 더 이상 주변국의 근거 없는 위협론 제기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어느 나라도 위협하지 않으며 어느 나라의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경만보(北京晩報) 등 중국 언론들은 일본의 군사비 증강 현황을 집중 소개하면서 "중국의 군사비는 일본의 60%에 못 미친다"며 오히려 일본의 군비 확장을 부각시켰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체니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은 주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중국은 결코 패권을 추구할 의사가 없다"고 중국 위협론을 일축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지난달 27일 공산당 내부 문건에서 "중국은 아직도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머물고 있어 경제발전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정세의 안정과 평화가 절실하다"며 "중국의 부상이 세계에 결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은 외교정책에서 평화.발전.협상의 원칙을 준수하고 군비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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