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장애인들 통일 행진 나선다|「남북한 장애인 걷기 운동본부」17일 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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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민족의 위대한 두 영봉을 잇는 휠체어의 은륜 행렬. 온전함을 향한 7백만 남북장애인들의 인간선언과 함께 갈라졌던 두 체제의 통일염원이 아름답게 열매맺는 현장. 땀으로 얼룩진 얼굴로 남과 북의 장애인들이 힘껏 부둥켜안고 그 감격 속에 하나를 이룬 만세소리가 드높다.
이 가상 시나리오를 내년 봄으로 앞당기려는 「남북한 장애인 걷기 운동본부」가 17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세종홀에서 창설식을 갖는다.
한국가톨릭 장애인복지협의회 등 가톨릭 측이 중심이 돼 추진해온 남북한 장애인 걷기 운동본부 창설식에는 장애인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각계 인사 3백여명이 참석, 본부가 앞으로 펼쳐 나갈 각종 사업의 구체적 운영계획을 확정하고 협조를 다짐할 예정이다.
남북한 장애인 걷기 운동본부 창설준비위원회는 이날의 창설식에 앞서 본부총재에 김수환 추기경, 본부장에 지학순 주교, 부본부장에 오태정 신부, 사무총장에 박성구 신부, 운영위원장에 봉두완씨 등을 선임했으며 강영훈 대한적십자사총재·서의현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 장·김동익 새문안교회 목사·이동호 아빠스성흥교구장 등 4명을 고문으로 추대했다.
남북한 장애인 걷기 운동본부는 우선 「분단된 조국의 모습은 바로 장애인의 모습」이라는 공통된 인식 하에 이념의 대립으로 갈라진 국토를 장애인들이 앞장서서 통일·복원시킨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내년 4월 20일 제2회 한국 장애인의 날을 기해 남북 7백만 장애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토종주 휠체어 대행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본부 측은 곧 통일원을 통해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란 이름이 물은 이 국토종주휠체어대행진의 행사계획을 승인 받는 대로 공식으로 대북 제의도 할 예정이다. 본부 측은 이와 함께 남북한 장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화·예술·스포츠 등의 흥겨운 잔치마당을 펼칠 하계수련대회, 남북한 장애인 복지대회, 장애인 보장기구 보내기 운동 등의 주요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남북한 장애인 걷기 운동본부는 17일의 본부창설을 기념하는 행사를 겸해 l9일 밤 9시부터 20일 오후 5시까지 이틀일정으로 서강대에서 제5회 한국장애인복지대회를 개최한다.
19일 밤 9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질 「남북한강애인을 위한 밤」전야행사는 가톨릭 서울대교구 성령쇄신봉사회 주관으로 장애인·일반인 약 2만5천명이 참가, 철야기도회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어 20일 오전 9시부터는 장애인·일반인들의 헌혈잔치 , 산업재해사진전, 재활용품 및 영역별 보장구 전시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랑의 나눔 대 잔치」, 서강대 정문을 출발해 신촌일대를 돌아오는 약 3km의 장애인 마라톤 및 일반인 장애체험 마라톤대회, 연예인 초청공연, 일반인 장애체험 발표대회 등이 잇따라 열린다.
이날 대회는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김수환 추기경·지학정 주교와 사제단이 공동 집전하는 통일기원미사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가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보다 인간다운 삶의 여건을 마련해 주기 위해 열리는 행사인 만큼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가 요망된다고 밝히고 특히 의수·의족, 소공동체 전셋집 마련, 작업장 마련 등을 위한 남북한 장애인 보장기구 보내기 운동(1구좌 5만원)에 국민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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