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고등학교 골라서 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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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 신입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0년부터 서울 강북 지역에 사는 학생이 강남의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강남의 학생도 원하면 강북 지역의 학교로 갈 수 있다.

<관계기사 15면>

서울시교육청은 27일 학생들이 고교를 선택해 입학하는 '학교 선택제'의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학생들이 서울시내 전체 일반계 고교(현재 204개) 중 두 곳(1차 희망)과 거주지 학군 내 고교 중 두 곳(2차 희망)을 골라 입학 희망서를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배정은 1차 희망자로 정원의 20~30%, 2차 희망자로 정원의 30~40%를 뽑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1, 2차 추첨에서 학교가 확정되지 않은 학생들은 교육청이 교통 편의와 종교 등을 고려해 강제 배정한다. 모든 학생이 선택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는 완전 선택제가 아니라 부분적인 선택제다.

1, 2차 배정의 비율은 내년 10월 결정된다. 강남 학군 소속 학생들이 다른 학군의 학교로 강제 배정돼 학부모의 집단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를 반영한 모의 실험 결과 1차 30%, 2차 40%로 정하면 강남 학군 학생들이 타 학군으로 가는 일이 없었지만 정밀 모의 실험을 다시 한번 해 최종 비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학생.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반영하는 시스템이 없어 공교육이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선택권 확대로 학생.학부모의 선택을 존중함과 동시에 학생의 자아실현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강남 등 특정 지역의 부동산값 안정을 고려해 이 제도가 추진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부동산 문제에도 부분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설문조사에서 74.3%의 교사와 69.2%의 학부모가 이 제도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모의 배정 실험에서 학생들의 선택을 거의 받지 못한 '기피학교'에 대해서는 우수 교사를 배치하고 투자를 집중해 2009년까지는 학교 간의 인기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박선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지금처럼 학교가 하나같이 거기서 거기라면 학교 선택권을 준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며 "학교마다 독자적으로 다양한 운영이 가능할 때 학교 선택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언.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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