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무늬만 바꾸려 말고 근본이 달라져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변화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그저께 열린 대의원 회의에선 정치.이념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출범 초기의 참교육 운동으로 돌아가자는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올해 핵심 사업도 대정부 투쟁보다는 교육 부패 척결, 공교육.교육복지 향상, 교복.부교재 값 인하 등 교육현장 개선운동과 내부 조직의 민주화로 정했다.

전교조가 자녀들의 교육을 망친다는 아우성은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교원 평가를 거부하고, 반미.친북 성향 이념 교육에 몰두했다. 이를 위해 여러 차례 수업을 내팽개친 채 집단연가(年暇) 투쟁까지 벌였다. 조직 내부는 정파 싸움에 휘말리고, 비민주적이 됐다. 그 결과가 지금의 처지다. 많은 국민이 외면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오죽하면 대의원 회의에 참석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조차 "많은 사람에게 전교조는 기쁨과 희망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고 질타했겠는가.

전교조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스스로 "전교조 결성 이래 국민의 신뢰나 지지도가 최하"라고 밝혔다. 진단은 옳다. 그러나 외면받는 이유에 대해선 더욱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정진화 위원장은 보수 진영의 이념적 공세로 고립됐다고 말했다는데, 엄청난 자가당착이다. 스스로 초래한 위기를 이념 문제로 호도하지 말라. 왜 진보 진영이나 전교조 초창기 인사들까지 전교조를 준엄하게 꾸짖는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

전교조는 새로 태어나야 한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의원 회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교육현장 개선운동도 중요하지만 환골탈태하려면 의식을 바꿔야 한다. 학생들에게 친북 통일교육을 가르치려 하고, 구시대적인 교육평등주의에 젖어 있고, 아직도 집단이기주의를 고집하고, 툭하면 교육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교사들을 어떻게 믿고 우리 자녀를 맡길 수 있겠는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궁지에 몰려 무늬만 바꾸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