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입심'은 여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앨런 그린스펀(사진) 전 미국연방준비위원회(FRB)의장의 '입'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26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그가 '미국경기 침체 가능성' 을 언급하자 뉴욕과 서울.도쿄 등 세계 주요 증시가 흔들렸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린스펀 의장은 26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인사이트 2007 콘퍼런스'에서 한 화상연설을 통해 "미국 경제가 2001년 이후 확장해왔으며 경기 순환 측면에서 볼 때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를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럽다"면서도 "미국 경기침체가 연말쯤 올 수 있으며 그 징조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의 수익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경기상승이 마지막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벤 버냉키 현 FRB의장의 입장과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26일 뉴욕증시는 사모펀드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 (KKR)가 미국 전력회사 TXU를 450억 달러에 인수키로 하는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 초반 강세를 보였으나 그린스펀의 발언이 전해진 후 약세로 돌아서며 하락으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26일(현지시간) 전거래일 보다 15.22포인트(0.12%) 하락한 1만2632.26으로 끝났다. 이날 뉴욕증시 하락은 유가 상승과 단기 조정 압력 등 악재가 쏟아진데다 그린스펀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린스펀의 발언은 지구를 반바퀴 돌아 아시아 주요 증시에도 영향을 줬다. 2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5.43포인트(1.05%) 떨어진 1454.60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1.49포인트(0.24%) 내린 611.52을 기록했다. 도쿄증시의 니케이지수도 95.43포인트(0.52%) 하락한 18119.92로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증시도 종합지수가 2771.79로 전일보다 268.81포인트(8.84%)떨어졌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김성주 연구위원은 "국내외 증시는 최근 연속 상승에 대한 부담 등으로 조정 압력을 받아왔다"며"그린스펀의 발언은 적절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조정기에 지수가 하락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