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거탑' 수술 강행, 의사 법적 책임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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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 하얀거탑의 인기가 상당하다. 특히 장준혁(김명민 분)과장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가 주인공이지만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극 속에서 장준혁 과장의 간혹 모험에 가까운 시술방법은 환자를 생각해서라기 보다는 장준혁 과장 개인의 명예를 위한 모험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시술이 성공했을 때는 몰라도 실패 했다면 의사에게 법적인, 혹은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실제로 하얀거탑의 의학 자문을 맡고 있는 순천향대병원 주종우 교수에 따르면 공격적인 시술 자체는 절대로 나쁠 것이 없다. 특히 극 속에서 장준혁 교수가 맡고 있는 간담췌 분야에서는 공격적인 시술이 매우 중요한 분야다.

◇최선을 다했다면 의사는 무죄=수술을 하면 좀 더 살 수 있는데 억지로 수술을 감행하는 장준혁과 같은 의사에게 윤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드라마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강의 홍영진 변호사에 따르면 확률이 낮은 무리한 시술을 감행 했더라도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극중 재판 1심에서 수술이 완벽한 상황에서 환자가 사망했어도 장준혁의 책임은 없다고 재판부가 판결을 내린 것이며 상대편 변호사는 끝까지 장준혁이 최선을 다 했는가 안했는가를 가지고 물고 늘어진 것이다.

반대로 법정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 했는가를 두고 책임을 묻는다. 즉, 확률이 낮은 공격적인 시술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의사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면 책임을 묻지 않지만 안전한 방법을 택했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의사에게 법적인 부담을 지운다.

따라서 진지하게 환자를 위해 고민을 했고, 의사 판단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사회적인 책임은 없다는 것이 홍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극 속의 장준혁이 겪고 있는 의료사고와 비슷한 소송은 적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의사들에게 법률적 판단의 기준이 차트의 성실한 기입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전자차트가 많아 나중에 가필했어도 가필한 기록이 남을 수도 있으니 평소에 자세히 적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간담췌 분야는 실제로도 공격적=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 분위기는 공격적일까? 아니면 방어적일까?

극속의 장준혁 과장과 같은 간담췌(간, 담낭, 담도 및 췌장)외과 분야를 전공한 주종우 교수에 따르면 국내의 치료 경향은 매우 공격적이다. 실제로 간담췌 암이 발병하면 생존 기간이 1년 이내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생존률이 낮아 적극적인 시술을 펼칠 때가 많다.

즉 극중의 장준혁 교수의 시술 방향은 극적인 재미를 위해 과장한 몇군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의 판단이 옳다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절제 가능한 환자들을 두고 공격적으로 절제 수술을 집도한 경우 76:18로 4배 이상 생존률의 차이가 난다고.

단, 이같은 경향은 어디까지나 간담췌 분야에 한한 것이다. 외과학회 한덕종 학술이사에 따르면 공격적인 시술을 하는가, 혹은 보존적인치료를 하는가는 의학의 발달에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이전에 유방암 환자는 절제를 통한 공격적인 시술이 최선이었지만 지금은 가능하면 보존하는 방법이 선호된다. 이는 의학적인 발달이 굳이 절제를 하지 않고도 환자가 생존 확률이 높은 방향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대한외과학회 한덕종 학술이사에 따르면 실제로 각 상황에 따르는 표준적인 조치방법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시술 하는 이들도 있고 다소 방어적으로 암치료에 돌입하는 이들도 있으며 이는 의사 개인의 성품이 많이 작용한다고 한다.

의사 개인의 수술 성공에 대한 욕심이 어느 정도 들어 갈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환자가 수술 후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상황 등이 수술 방법을 택하는 기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아니다. 드라마 하얀거탑속의 현실은 실제 우리의 현실과는 상당한 차이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설명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드라마 하얀거탑의 원작은 1978년, 2003년 두 번에 걸쳐 드라마화된 베스트셀러다. 즉 한국의 의료현실이 아닌 일본의 의료 현실이 주제다. 때문에 종종 한국의 현실과는 판이한 면들이 드러난다.

한덕종 학술이사는 “이 드라마는 실제 한국의 의료현실과는 다르다는 자막이라도 삽입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로 말한다. 환자들의 의사들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는 것이 환자들로부터 의료계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결과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주종우 교수는 드라마의 자문을 맡으면서 동료 의사들에게 많은 질책을 당하기도 했다고 털어 놓는다. 극중에서처럼 정치세계와 같이 외과 과장이 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현실은 원작의 배경인 일본의 20~30년 전 현실일 뿐이지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주 교수는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작가적인 상상력이 들어 갈 수 밖에 없다”며 “현실과 드라마의 구분하고 봐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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