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주택 공급 줄줄이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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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주택업계가 내년 일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잇따른 부동산 투기 억제책 여파로 주택시장 환경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내년 주택사업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한해가 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내년에 공급될 주택물량 가운데는 올해 공급키로 했다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종(種)세분화 시행 등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돼 이월된 부분이 많아 2~3년 뒤에는 수급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내년에 올해 목표(1만3천5백가구)보다 25% 감소한 1만여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그나마 이 가운데는 올해 이월분이 적지 않게 포함됐다. 삼성의 올해 공급액은 목표 대비 64% 수준인 8천7백여가구에 그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포스코건설도 올해 계획(1만1천가구)보다 조금 적은 1만1백여가구를 내년에 내놓을 예정이다. 포스코 역시 올해 공급분은 7천5백여가구로 목표치의 68%에 불과했고, 내년 공급분에는 올해 이월 물량이 상당부분 차지한다.

현대산업개발은 내년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공급 목표치로 올해보다 3천가구 늘어난 1만3천여가구로 잡았다. 하지만 이 가운데 38% 정도인 5천여가구는 올해 계획분에서 넘어가는 것이다. SK건설은 내년 공급 목표치 1만1천4백가구 가운데 이월분이 47%인 5천4백가구에 달한다. 풍림산업도 내년 공급예정 물량 1만1천여가구의 절반 이상이 올해 예정 물량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주택부문 수주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건축사업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사업승인을 받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어 주택업계의 신규 수주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내년에 올해 목표치(2만1천여가구)보다 1천가구 정도 줄어든 2만여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잡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에 미달할 것으로 본다. LG건설도 내년에 올해 목표치와 비슷한 1만2천~1만3천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나 이 가운데 3천가구는 올해 이월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격적으로 주택사업을 벌였던 중견 건설.개발 업체들도 내년에는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 우림건설은 내년에 6천9백90가구를 분양키로 했다. 올해 계획(1만1천가구)보다 36%나 줄어든 것이다. 동일토건은 올해 4천여가구를 공급 목표로 잡았으나 3천가구에 그쳤으며 내년 공급 물량도 3천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 정춘보 사장은 "올해는 그나마 네 곳에서 1천3백12가구를 공급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사업을 벌일 지 막막하다"며 "분양시장이 워낙 얼어붙어 주택업체들이 신규 사업에 보수적인 태도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남희용 실장은 "양도세.보유세 강화에다 투기과열지구 확대로 내년 시장이 불투명하자 아직 내년 세부 사업계획을 짜지 못하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업체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신규 수주물량은 올해보다 18.8% 정도 줄어든 32조8천3백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주택수주 물량 변동률이 두자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라며 "업체들의 불황 체감지수는 예상보다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박원갑.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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