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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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가 즐겨 찾는 식당은 1960년 이후 30년을 줄곧 애용해온, 서면 부산은행 뒤쪽 복개천 골목에 위치한 사리원 냉면집(주인 조영경·46)이다. (051)88-8174.
대단한 고급 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허술하지도 않으며 나 같은 월급쟁이들이 큰 부담 없이 영양가 높고 맛도 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30년간 변치 않는 냉면 맛은 물론이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양지머리에 소 혓바닥·야채를 두루 섞어 끓여먹는 쟁반(1만5천원)이 사리원 냉면집 만의 특유한 맛으로 인기가 높다.
갈비가 듬성듬성 들어있고 영양이 풍부한 콩비지찌개(1인분 2천원)며 소주 안주로 애주가가 즐겨 찾는 순녹두빈대떡(1개 1천원), 냉면(1인분 3건5백원)의 독특한 육수는 때문 손끝 맛의 주인 조여사가 황해도 사리원 출신으로 오랫동안 냉면 집을 경영하다 3년 전에 작고한 시어머니로부터 전수 받은 맛이라 한다.
골목안목에 깊숙이 자리잡은 이 냉면집은 이북 실향민, 나 같은 월급쟁이, 소주를 즐겨마시는 애주가 등 거의 보통사람인 단골손님으로 채워지고 있으나 한번 맛을 본 사람은 계속 찾는다.
냉면 집 현관문을 들어서면 이 집의 단골손님으로 낯을 익힌 사람들이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되고 소주 한 병을 시켜 서로 권하고 대접하는 한가족 같은 분위기도 좋다.
고기를 삶은 진 육수를 그대로 식혀서 내놓는 육수는 다른 냉면 집에서 흉내내지 못하는 맛. 순녹두에 직접 짠 기름으로 구워주는 즉석빈대떡 역시 가장 많이 팔려는 메뉴중의 하나다.
요즘은 종업원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큰일났다는 여주인의 넋두리를 증명하듯 대학 다니는 딸까지 음식 심부름에 동원된다.
이번 주말에도 우리 식구모두가 사리원 냉면집을 찾아 외식을 할 예정이다. 네 식구가 2만∼3만원이면 우리고유의 토속미 넘치며 정갈하고 감칠맛 나는 맛있는 저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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