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국사 선택과목 설정에 반발-역사학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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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5년부터 실시될 제6차 교육과정 개정시안이 기존의 필수과목인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설정한데 대해 역사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역사학자와 역사교육관계자들은 교육과정 개정연구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시안에 대해 『역사의식 결여』 『국내외적 변화에 역행하는 시대착오』등 강한 비판을 계속하면서 「시안의 개정」 「국사교육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학계의 이 같은 반발은 지난 25일 방송통신대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표면화됐다. 이날 행사는 지난 55년 창립돼 역사교육관련 최대학회인 「역사교육연구회」(회장 오린석·서울대교수)가 교육개정시안을 비판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발표회로 「소위 사회과 교육의 종합문제와 역사교육의 진로」란 제목으로 열렸다.
6차 교육개정시안은 『현행고교 교과목수가 학생에 부담이 커 이를 줄인다』는 취지에서 국사·정치경제·지리 등을 선택 과목화 했으며, 필수교과목 「현대사회와 시민」을 신설해 역사·지리·공민을 망라하게 했다.
역사교육연구회 학술발표회는 이 같은 개정시안을 조목조목 비판·성토하고 있다.
윤세철교수(서울대)는 「사회과교육 통합의 본질」이란 주제발표에서 『새로 마련된「사회과통합안」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즉 「사회과통합」을 실시해온 미국에서 70년대초 이후 이 과목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통합과목인 「현대사회」의 필요성이 점차 부인되고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역사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돼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도 미국사와 세계사가 별도의 필수교과로 설정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일본사중심의 세계사가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교수는 이같이 사회과통합이 사라져 가는 이유로▲통합교과에 대한 이론적·실천적 타당성 결여▲통합적 교과내용 개발의 어려움▲교과목 자체의 체제순응성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따라 「통합교과」는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일선의 김홍섭교사(서울사대부여중)는 통합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을 객관적 통계로 제시해 주목받았다.
91년 1월 서울시교육원주관 통합사회과연수에서 연수생(교사)대상 설문결과 통합교과운영에 대해 대다수인 85.7%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 김교사가 여중3학년 학생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도 통합찬성(9.4%)보다 분과찬성(88.7%)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김교사는 결론에서 현장의 애로점을 설명한 뒤 『교과서만 통합하면 교과목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적 목적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교육과정개정의 근본 취지인 「교과부담경감」에 대한 비판도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 즉 부담경감은 교과목수보다 지나친 국·영·수 치중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영·수 3과목이 공부의 9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의 축소 없이 여타과목을 축소하는 것은 오히려 국·영·수를 더욱 강조하는 폐단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회참석자들은 계속 이 같은 반대 여론을 적극표명, 여론을 고양시키자고 결의했다.
한편 이 같은 반발은 역사교육분야뿐 아니라 국사학계에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사학자들은 보다 원론적인 차원에서 「민족의식·역사관 정립」등 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영우교수(서울대·한국사연구회장)는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민족주의가 강조되는 세계추세, 특히 통일을 지향해 가는 우리의 현실에서 국사교육은 보다 강화돼야 한다』며 『역사학자들의 의사표현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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